수천억대 개발이익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인터뷰한 언론인과 그 측근들에게 돌아간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을 두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 요구가 높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파적 손익 계산에 나서면서 대선 이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대선 전 특검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당초 특검 도입에 반대했지만 여론이 특검 찬성으로 기울자 조건부 수용으로 선회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이라는 전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도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건부 수용 방침을 ‘시간끌기’라고 비난하면서 대선 이전 결론을 내기 위한 즉각적인 특검 도입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농단 특검 전례에 따라 임명권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지만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의 수사대상 포함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이나 화천대유 문제에 대해선 수사가 미진하면 당연히 특검을 하되, 그와 직접 관련 없는 윤 전 총장 본인, 가족의 부정부패 비리 문제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곽상도 아들 50억원 퇴직금 및 박영수 전 특검의 친척이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에 간 100억 등 자금흐름 조사 ▲공공개발 방해 및 배임적 민간 개발이익 투자배분 설계 등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이 후보 측근과 민주당은 이 후보의 발언 이후 야당의 특검 제안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이라는 전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윤 후보 일가를 둘러싼 ‘본부장'(본인·부인·장모) 의혹 수사 협조와 특검 도입을 거론하며 공수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이 후보 경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정성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은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기본적인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 대장동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함께 특검 수사 대상에 넣어 협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특검 논의를 본격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긍정했지만 이후 당은 “확대 해석을 지양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 취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철저한 검찰 수사,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13번 특검 실시됐지만 단 한번도 검찰 수사없이 특검이 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임 당시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특검 운운하지 말고 손준성, 김웅 등 전부 다 공수처 조사에 철저히 협력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윤 후보가 부실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 검사였다는 점도 소환했다.
전재수 의원은 같은날 YTN 라디오에서 “윤 후보와 관련해 ‘본인·부인·장모’ 본부장 의혹이 검찰·경찰 수사 진행되고 있는 것이 10건 가까이 된다”며 “이러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서 수사 대상과 범위를 여야간 협상해서 특검하는 것이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것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반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보에 ‘물타기’, ‘물귀신 작전’라고 비난하며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윤 후보 일가의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11일 민주당의 ‘조건부 특검’에 대해 “그런 터무니 없는 조건을 달아서 물타기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대장동 수사팀 지휘라인부터 검찰총장까지 모두 부재중으로 수사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조건 없는 보이콧 수용을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즉각 수용하지 않으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국민의 확신에 따라 선거를 질 것이고, 그렇게 선거를 지면 새로 탄생한 정부에서 어차피 엄정한 수사를 받을 테니 조건부 수용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통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권을 당시 야당에서 행사한 사례를 들어 “이 후보의 궁여지책 특검 수용 의사에 대해서 일체의 꼼수를 허용하지 말라”고 원내지도부에 주문했다. 특별검사 임명권도 “야당이 갖거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단체에 이관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도 대장동 특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고 민주당 원내대표도 피할 생각 없다고 했으니 수용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 수용 발언에 대해 “일시 국면 전환용 꼼수”라고 거듭 비난했다.
다만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특검으로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려는 것 같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이 다른 것을 얘기하면서 특검을 얘기하는데 그건 응할 수 없다”며 “지금 시기에 만날 필요가 있는지 전혀 못 느끼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제3지대인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이후보를 향해 “잘못이 없다면 조건을 달지 마시라. 결자해지의 자세로 특검을 수용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은 명백한 공공배신, 공익포기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득권 양당 후보들의 의혹에 대한 ‘쌍특검’으로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동시 특검을 주장한 바 있다.
만일 여야가 합의해 특검법이 통과되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팀이 특검법이 정하는 기간과 수사 범위 안에서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통상 특검은 대통령이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 교섭단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 15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중 임명하는데 2주 쯤이 걸린다.
특검 임명 후에는 수사 시설 확보에 특검보와 파견검사 인선, 수사팀 구성까지 준비 작업에도 20일 정도가 추가로 소요된다.
과거 특검 사례를 보면 특검법 통과 후 출범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은 53일, 국정농단 특검은 37일, 드루킹 특검은 44일이 걸렸다.
여야가 합의해 특검법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특검팀 수사 착수는 내년 1월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