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 겸 당뇨 치료제인 GLP-1 계열의 주사제들은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자극해왔다.
그러나 높은 가격 때문에 이 약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며 부작용 때문에 약물 사용을 중단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점이 이 약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의 오젬픽과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및 미국 일라이릴리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같은 대표적 GLP-1 계열 약품을 대신하는 보다 혁신적인 약품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중인 약품들은 주사제가 아닌 매일 먹는 알약 형태, 1개월에 1번만 맞는 주사제, 효과가 더 강력한 주사제 등 다양한 형태다.
캐나다 캘거리대 커밍의대 내분비내과 데이비드 라우 교수는 “새 세대 약물들이 체중감량을 넘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차세대 약물들이 시판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차세대 약물들은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판매하는 일라이릴리는 지난 주 시가 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제약회사로는 처음 달성한 기록이다.
다음은 차세대 약물로 개발되는 제품들이다.
차세대 알약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하루 한번 먹는 체중 감량 알약의 시판허가를 제출한 상태다. FDA가 승인하면 내년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주사 바늘을 겁내는 사람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알약은 또 냉장 보관이 필요없기에 배송 및 보관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지난 9월 미 의학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GLP-1 경구약 논문의 제1저자 션 워턴 토론토 의사는 ”헨리 포드가 자동차산업에서 이룬 업적은 좋은 자동차를 만든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으로 싼 값에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알약들이 체중 감량 분야에서 포드 자동차와 비슷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알약들은 주사제에 비해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체중의 약 11~14%를 감량했다. 이는 감량 효과가 가장 높은 주사제보다 4~6% 정도 적은 수치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알약이 가장 먼저 시판될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연말 전에 FDA가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 초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라이릴리는 자사의 경구제재 오포글리프론이 음식·음료 섭취 제한이 없기 때문에 더 편리하다고 주장한다.
알약을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서 백악관이 약가 협상 대상에 포함시켰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새로운 알약의 가장 낮은 용량을, 월 150달러(약 22만 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적은 약제
GLP-1 계열 약품은 장 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뇌가 ”그만 먹어도 된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기전을 갖고 있다.
기존 약품들은 1,2가지 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방식이지만 일라이릴리는 3가지 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방식의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체중감량 효과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23년 발표된 임상시험에서 최대 용량을 복용한 시험 참가자들은 48주 동안 평균 24.2%의 체중을 감량했다.
일라이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라는 이 약품의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 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노보노디스크가 시험중인 카그리세마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장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하는 화합물을 결합한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평균 체중 감량 효과가 20%에 달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 단일 제재보다 5% 높은 수준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내년 FDA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일라이릴리도 이달 초 아밀린을 자극하는 별도 약물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미 웨일코넬 의대 루이스 아론 종합체중조절센터 소장은 아밀린 연구가 20년 넘게 이뤄져왔다며 근육 손실이 적고 위장 관련 부작용도 더 적다고 밝혔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
매주 맞는 대신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화이자가 노보노디스크와의 경쟁한 끝에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메트세라를 최대 10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한 달에 한번 맞는 체중 감량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다.
미 제약사 암젠의 마리타이드 1년 동안 평균 16%의 체중 감량을 보였지만, 부작용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5년 뒤 시장 판도 변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올해 출시 9개월 동안 250억 달러(약 36조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품이 됐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도 같은 기간 235억 달러(약 34조5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알약과 강력한 주사제가 출시된 뒤에도 기존 약품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구자들은 기존의 GLP-1 약품들의 안전성 데이터가 쌓여 있는 것을 지적하며 여전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도 승인됐고 젭바운드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도 승인됐다.
이에 비해 새로 개발되는 약들은 이런 추가적 약효가 있을지가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국 정부가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도, 새 약물이 기존 약물을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