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랠리가 급격히 식으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이날 6% 넘게 폭락해 8만6000달러 선 아래로 밀려나 3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200달러를 돌파했는데,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번 매도세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다른 암호화폐로 확산됐고,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인 코인베이스와 비트코인 매입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트래티지 등 관련 종목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트레저리 회사 BNB 플러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패트릭 호스먼은 “시장과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수준까지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고통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그동안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왔지만, 이전 사이클 상당수는 대규모 사기 사건이나 기업 파산 등 구조적 악재가 촉발한 요인이었다. 반면 이번 하락장에서는 과거 붕괴를 불러왔던 사태가 재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매도세의 배경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급락장 속 ‘방어 모드’ 돌입한 스트래티지…주식 매각으로 14억 달러 조달
비트코인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스트래티지는 최근 방어 태세에 나섰다. 스트래티지는 이날 주식 매각을 통해 14억4000만 달러를 조달해 배당금과 이자 지급을 위한 ‘달러 준비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 준비금은 우선주 배당금 12~24개월치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스트래티지는 동시에 최근 2주간 비트코인 130개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량을 65만 개로 늘렸으며, 이는 현재 가격 기준 약 560억 달러로, 전 세계 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3.1%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는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트래티지는 향후 주가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82억 달러 규모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해질 수 있다. 회사는 또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8만5000달러에 머물 경우, 최대 55억 달러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월 30일 3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는 올해 순이익이 2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시장에서는 퐁 레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기업가치를 보유 비트코인 가치와 비교한 시장 평가 지표인 ‘mNAV’가 1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비트코인이나 관련 증권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비트코인 매각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한 데 이은 발언이다.
한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급락한 지지율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의 권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며 “사실상 트럼프주의에 대한 베팅이 돼버린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암포화폐 업계로부터 사실상 막대한 후원을 받고, 그 대가로 친(親) 암호화폐 정책을 펼쳐 온 점이 비트코인이 ‘트럼프 트레이드’로 불리게 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