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치소에서 사망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기의 성범죄 사건 중심에서 세계를 향해 핵폭탄급 파장을 던지고 있는 제프리 엡스타인. 그 거대한 착취 구조에서 20년 지옥 생활을 해 온 한인 여성 피해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엡스타인 성착취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 침묵을 깨고 나온 한인 여성 리나 오씨가 잇따라 공개 증언에 나서고 있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 1월 18일 엡스타인이 젊은 여성들에게 대학 교육과 미래를 약속하며 접근한 수법을 다루며 한인 리나 오씨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어 The Times도 심층 보도를 통해 그의 조직적 성착취 범죄와 피해자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또 리나 오씨는 이후 ITV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에 출연해 직접 피해 사실을 증언해 엡스타인 성착취 구조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리나 오씨가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대 초반, 10대 후반의 나이로 모델의 꿈을 키우던 시기였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녀에게 엡스타인은 단순한 자산가가 아니라, 정·재계와 연예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력자’로 자신을 포장했다. 힘을 과시한 것이다.

엡스타인은 오씨와 같인 성공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유명 에이전시에 연결해주겠다”, “성공을 보장하겠다”는 말로 접근했고, 저택과 전용기, 화려한 인맥을 과시하며 신뢰를 쌓았다. 가디언은 이러한 접근이 일회성 호의가 아니라 장기적 통제를 위한 계산된 유인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오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뉴욕 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경제적 혜택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당시 예술가를 꿈꾸던 학생이었던 그녀에게 이는 인생을 바꿀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형성된 관계는 점차 통제와 착취로 이어졌다. 오씨는 “그가 준 것들 때문에 의무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신이 겪는 일이 성적 학대라는 사실조차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으며,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피해를 온전히 자각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는 것이 오씨의 처절한 고백이다.

더 타임스는 엡스타인과 그의 측근 기슬린 맥스웰이 피해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꿈과 미래를 볼모로 삼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리나 오씨는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연루 의혹을 받아온 앤드류 왕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백하다면 숨지 말고 공개적으로 증언하라”는 것이다.
그녀는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이름이 오른 인물들이 선서 하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엇을 목격했고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엡스타인은 지난 2019년 구치소에서 사망했지만, 리나 오씨를 비롯한 생존자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오씨는 “단순히 피해자로 남고 싶지 않다”며 엡스타인이 구축한 권력과 침묵의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씨는 한인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와 가족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해 오랜 시간 침묵해야 했다는 고백도 했다.
“오랫동안 내가 잘못한 것이라 생각하며 수치심 속에 살았다”는 그의 말은 권력형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남기는 심리적 상흔을 드러낸다.
일각에서는 리나 오의 사례가 이민자 사회와 취약 계층이 권력형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목 기자 sangmokk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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