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10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가 최근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을 이용한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영국 시티AM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h(메가와트시)당 175유로(23만5208원)를 기록했다.
전날 9% 상승한데 이어 이날 16% 오르는 등 20% 이상 오른 것으로 지난 10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55유로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 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며 매수세가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독일 에너지 운송기업 가스케이드 보고서를 인용해 야말 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점차 감소세를 보이다 아예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야말 유럽 가스관을 통해 유럽 서부지역으로 유입되던 가스양이 지난 18일부터 감소했는데, 21일 새벽 시간대부터는 아예 공급이 중단됐고 오후 들어서는 공급 방향이 동부지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티AM은 이러한 공급 방향 전환이 올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의 가스 수출 독점 기업 가즈프롬은 요청이 들어오면 야말 유럽 가스관을 통해 추가 수출 물량을 예약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은 수출 물량을 예약하지 않았다.
유럽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과 함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가스업계단체 GIE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율은 지난 19일 기준 59%대로 지난 10년 평균보다 16%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천연가스 공급의 35%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공급 중단 조치까지 취하자 가격이 더욱 뛰고 있는 것이다.
산업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정치적 긴장 속에서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빌미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 노드스트림2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지난 1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노드스트림2 승인에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난에도 직면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러한 연관성을 부인했다.
러시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노드 스트림2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는 순전히 상업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