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백악관 평가 이후 자국 병력 이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인근 러시아 병력 규모를 두고 ‘2차 대전 이후 최대 침공’이라는 표현도 썼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한 상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그 모든 병력과 함께 진입한다면,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침공일 것”이라며 “이는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현재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결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 병력이 12만7000명 상당이라고 평가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는 17만5000명 규모 다발 공세 가능성도 경고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백악관의 평가 이후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맞다”라고 답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국 병력 일부 이동 가능성도 거론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NRF) 투입 등에 대비, 자국 병력 8500명에 경계를 강화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 배치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배치 결정을 언제 내리느냐는 질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푸틴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지에 달렸다”라고 답했다. 이어 “조만간 병력을 이동시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병력 배치를 두고 “이건 도발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유럽에서는 (안보를)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라며 “그들(동유럽 국가)은 러시아 국경에 걸쳐 있다. 벨라루스 국경에 걸쳐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 병력이나 나토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킬 의도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계를 강화한 병력은 나토 작전의 일부고, 미국의 단독 작전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신성한 의무, 나토 동맹국에 대한 5조(집단 방위 의무)의 의무가 있다”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 “그(푸틴)가 계속 (병력을) 증강하거나 움직인다면 우리는 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키 대변인도 이날 “나토 파트너·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라며 “우리는 (유럽) 동부 파트너국가와 나토 동맹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 공격적인 행동은 러시아 쪽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Pressure increases on the Ukraine and NATO as Russians continue a massive build-up of hardware and troops on the border. pic.twitter.com/YsQ7O9H2e5
— UK Justice Forum 🇬🇧 News via Video and Photo! (@Justice_forum) January 19, 2022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상황실에서 유럽 주요 국가 및 기구와 예정에 없던 화상 회의를 진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나토 동부 안보 강화와 제재 등이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로 움직인다면 중대한 경제 제재를 포함한 가혹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동부 전선에서의 나토 주둔 강화”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푸틴 대통령 개인 제재를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시 대응 수위를 두고 미국 및 유럽 국가 간 이견이 있다는 보도도 꾸준히 나왔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든 나토 동맹국과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우리는 모두 의견이 같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주 제네바에서 외무장관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담판에서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실제 침공 위기감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실제 침공 위험이 커졌는지에 관해서는 “약간은 찻잎을 읽는 것과 같다”라면서도 “보통 다른 지도자라면, 그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병력을 구축한다는 사실을 두고 아마 ‘무엇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것은 그(푸틴)의 결정으로 귀결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두고 “경제적 결과와 정치적 결과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막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 경제 핵심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리핑에서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방위, 우주 등 분야가 거론됐다. 미국 당국자는 “동맹·파트너국가와 고려 중인 수출 통제 옵션은 경제를 산업화하려는 푸틴의 전략적 야망에 꽤 강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무기화와 관련해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고 가격 충격을 막기 위한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