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고(高) 인플레이션(물가상률) 상황을 드러낸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했다고 AP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이트 에르달 딘제르 청장을 임기 1년도 안 돼 해임하고 그 자리에 터키 은행 규제 기관 부총재를 지낸 에르한 세틴카야로 교체했다.
해임 사실은 이날 오전 관보를 통해 발표됐다.
AP는 경질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높은 인플레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통계청의 발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계청은 터키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7.08%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대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수치”라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전문가들은 실제 연간 물가상승률이 82.81%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놔 이 수치마저 과소평가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터키는 대규모 금리 인하로 촉발된 리라화 불안과 경제적 혼란으로 최근 몇 달 간 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금리가 인플레를 유발한다면서 기존 경제 이론과는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터키는 에너지와 대부분의 소비재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라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터키 중앙은행(TCMB)은 물가 상승 우려에 지난해 기준금리를 19%까지 올렸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에 그해 9월 이후 4차례에 걸쳐 14%까지 인하했다.
이번 주 터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 전망치를 올해 말 23.2%, 2024년 말 5%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