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블록버스터 신약의 씨앗을 가진 벤처를 찾아 치열한 경쟁 중이다.
지난 몇 년 간 탄생한 유명한 신약들은 대형제약사의 자체 개발이 아니라, 벤처의 원천기술을 사들여 탄생한 게 많았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미국 아벡시스를 무려 87억 달러에 인수하며 희귀질환 치료제 ‘졸겐스마’를 확보했다. 졸겐스마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로, 한 번 주사에 200만 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약이다. 평생 1회 투여로 SMA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전세계에서 잇따라 허가되고 있다. 한국내에선 작년 5월 허가됐다.
노바티스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 역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법을 노바티스가 기술 이전해 상용화한 치료제다. 킴리아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세계 최초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다. 한 번 치료로 종료되는 킴리아의 1회 투약 비용은 미국 기준 50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내에선 작년 3월 허가됐다.
노바티스는 여전히 유전자 및 세포 치료 분야에서 다양한 벤처의 기술을 탐색 중이다. 지난 달 영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자이로스코프 테라퓨틱스를 15억 달러에 인수해 1회 투여하는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 ‘GT005’ 개발에 나섰다.
미국 애브비 역시 작년 9월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RGX-314’에 최대 18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벤처 리젠엑스바이오와 RGX-314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수금으로 3억7천만 달러를 지급하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13억8천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리젠엑스바이오의 RGX-314는 노인성 안과질환인 습성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임상 2상 중이다.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원천 기술을 가진 독일 바이오엔텍과의 공동 개발로 탄생했다.
양사는 코로나19 등장 전인 2018년부터 계절성 독감 백신 공동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 발발 후 재빨리 mRNA 기술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용해 결국 전 세계 상용화에 성공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제약기업이 치열하게 바이오 벤처에 투자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누구나 신약으로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유망한 씨앗을 찾는 것도 관련 기술과 안목을 갖고 있어야 이를 알아보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