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 전용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앞세워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 도전한다. 철수 13년만의 재도전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일본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은 이달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서 ‘2022 현대차 기자발표회’를 갖는다.
현대차는 최근 일본시장 재진출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일본 법인명을 ‘현대자동차재팬주식회사’에서 ‘현대모빌리티재팬주식회사’로 변경했다. 현지시장 재공략을 위한 조직 정비도 마쳤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를 내세워 일본시장을 공략한다. 판매는 전량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옵션 선택과 주문은 물론 대금결제와 보험가입, 등록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일본에서 사용되는 차량용 부품을 공급받아 아이오닉5와 넥쏘의 우핸들 버전 모델도 생산했다.
또 브랜드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수소전기차 ‘넥쏘’ 등 친환경차를 홍보하기 위한 일본어판 홍보물을 제작하고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마케팅도 시작했다.
올해 중반 아이오닉5 고객 인도를 목표로 요코하마에 차량 시승과 에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시장은 토요타와 혼다 등 자국 완성차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 수입차 비중이 8%대에 그친다. 판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는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로, 도로폭이 좁고 차고지 증명제 때문에 좁은 집에 차고를 만들어야 해 우리나라와 달리 작은 차가 잘 팔린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 2009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1만5000대에 그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고, 결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최근 전동화 흐름이 빨라지며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다시 일본시장에 도전할만한 시장 상황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 제네시스 GV60 등 전용 전기차를 내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들의 경우 하이브리드와 수소차에 집중하느라 현재까지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 자동차시장 내 전기차 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인만큼 현대차가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대당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80만엔(약 840만원)까지 지급한다.
◆장재훈 “전기차만 전량 온라인 판매방식으로 일본시장 재도전”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전기차의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다”며 “일본에서 이같은 현상이 더 빨리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과거 실패 경험에 대해서는 “일본 시장은 매우 수준이 높고 모든 면에서 기준이 높다”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니혼게이자이 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전기·수소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차의 라인업도 꽤 바뀌었다”며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수소차 넥쏘와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가 각 차급에서 어떤 경쟁력을 지녔는지 점검해 판매 채널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전기버스(일렉시티)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일본 시장 진입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