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비만인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준급 승마 실력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승마를 통해 체중을 감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승마의 운동 효과가 상당하다고 소개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설날인 지난 1일 방영한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에는 김 위원장이 승마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1시간45분 분량으로 편집 방송된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숲속을 질주하는 모습이 포함됐다.
영상 속 김 위원장은 한 손으로 고삐를 잡은 채 빠른 속도로 숲길을 질주했다. 김 위원장이 말 타는 모습은 2019년에 보도된 적 있지만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시간 순으로 전개된 이번 기록영화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김 위원장의 체중이 감량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 체중은 2019년 약 140㎏에서 20㎏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승마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체중을 줄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승마는 남녀 구분이 없고 기승자 나이와 체력에 구애받지 않으며 신체의 고른 발달을 도와주는 운동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친환경적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말의 움직임은 사람 걸음걸이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기승자 자신이 걷는 것과 유사한 운동 효과가 발생한다.
승마 운동은 역동적인 말 움직임에 맞춰 반복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이는 자세균형능력과 근력, 유연성을 향상시킨다.
말의 3차원적인 움직임은 기승자의 평소 사용하지 않는 심부근육까지 자극해 근육과 관절을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증진시킨다.
아울러 승마는 기승자의 상체를 교정해 주고 허리 유연성과 신체 리듬감을 향상시킨다. 폐활량 증가와 소화기능 향상 등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를 통해 얻어진 물리적인 접촉과 자극은 말초감각 전달을 촉진시키고 운동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킨다. 이는 신진대사 활성화, 허약한 체질의 강화, 심리적인 문제 해소 등을 돕는다.
김 위원장이 기록영화처럼 말을 타고 질주할 경우 운동 효과는 더 커진다. 움직임의 종류에 따라 기승자의 산소섭취량이 달라진다. 말과 함께 달리면 최대 산소 섭취량의 40~80%까지 도달한다.
말을 타고 평보(천천히 걷는 것)할 경우 걷기나 대걸레 청소, 요트타기 등과 비슷한 수준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승마 시 속보(마체가 풀리면 조금 강도를 올려 빠르게 걷는 것)의 운동 효과는 걷기나 하이킹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보(말을 타고 천천히 달리는 것)는 테니스 단식이나 축구 경기, 농구 경기와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전문 기수들이 실제 경주처럼 전력으로 달리는 습보의 경우 최대 심박 수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는 김 위원장 같은 고도비만인 사람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유동화·오유성(서울시립대), 윤성원(한국스포츠개발원), 이문진(서울교육대)은 ‘말의 보행형태에 따른 승마의 운동강도’ 논문에서 “(승마 시) 에너지소비량은 체중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체중이 증가할수록 분당 에너지소비량도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승마가 김 위원장의 복부지방 감소 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승마가 혈중 지질 감소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지질(lipid)은 혈액 내 주요 지방질과 그 유사물을 총칭하는 용어다. 지질은 콜레스테롤과 인지질, 유리지방산 등으로 구성된다. 지질 성분은 비만증후군,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준다.
이장규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승마운동이 초보기승자의 혈중지질성분, 등속성 하지근력과 근지구력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생활 스포츠 현장에서 초보 기승자의 승마운동은 혈중지질성분의 긍정적 변화를 보여주며 연령 증가로 나타나는 하지근력·근지구력의 감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남상남 전 한국체육학회장은 ’10㎞ 승마운동과 달리기 운동 시 혈중 대사 변화 연구’ 논문에서 “6개월간의 장기적인 승마운동을 통한 혈중 대사적 변화를 살펴본 결과 혈중 글루코스, 중성지방에서 6개월의 승마운동 후 현저한 감소를 보여 혈중 지질성분의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