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영화감독이 애플과 협업해 아이폰으로 단편 영화를 찍었다. 박 감독의 첫 사극이자 첫 무협 영화다.
애플은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감독의 무협 로맨스 단편영화 ‘일장춘몽(LIFE IS BUT A DREAM)’을 공개했다.
박 감독은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지난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파란만장’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단편 부문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장춘몽은 박 감독이 11년 만에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20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이번 영화는 아이폰 13 프로 모델로 촬영됐다.
일장춘몽은 한 장의사가 고을의 은인인 여자 협객 ‘흰담비’의 시신을 묻어줄 관을 만들기 위해 버려진 무덤 하나를 파헤치다 무덤 주인인 검객의 영혼이 깨어나 겪게 되는 일을 그려낸 영화다. 요절한 두 귀신이 모두 깨어나 맞대결을 벌이다 눈이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의사 역에는 배우 유해진, 흰담비 역에는 배우 김옥빈, 검객 역에는 배우 박정민이 출연했다. 또 1987, 고지전, 암살, 더 킹 등에 참여했던 김우형 촬영감독이 아이폰13 프로로 배우들의 연기를 화면에 담아냈다.
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폰이 더 이상 카메라의 대용품이 아닌 정식으로 당당하게 전문가용, 영화용 카메라와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 됐다”며 “아름다운 컬러 연출과 큰 조명 없이 어두운 환경에서도 쉽게 촬영할 수 있는 기동성이 합쳐져 큰 장점으로 다가오게 됐다”고 밝혔다.
일장춘몽은 일반 카메라나 특수한 보조 장비 없이 여러 사람이 아이폰13 프로를 직접 손에 들고 촬영했다. 아이폰13 시리즈에 처음 탑재된 ‘시네마틱 모드’도 이번 촬영에 활용됐다.
시네마틱 모드는 새 피사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실제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초점을 전환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전문 영상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영화 같은 느낌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시네마틱 모드에서 피사체의 포커스가 계속 움직이는게 매우 흥미로웠다”며 “초점이 전환되는 속도를 직접 조절할 순 없었지만 촬영 후 초점을 다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있는 기능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번 작품이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옥빈은 “평소 카메라라는 커다란 눈 앞에서 일을 하다가 아이폰의 작은 눈 앞에서 연기하는게 익숙하지 않을가 걱정했지만 영화가 완성된 퀄리티를 보고 나만의 걱정이었다고 느꼈다”며 “의외로 거대한 카메라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는듯 없는든 하는 느낌 때문에 촬영하기 편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필름을 사용하는 촬영을 하다가 디지털로 넘어올 때 어색하고 약간 생소했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며 “약간 생소하면서도 세상이 이렇게 변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애플과 박찬욱 감독의 이번 협업은 애플이 세계 각국 영화감독들과 함께 단편 영화를 만드는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애플은 이날 자사 유튜브를 통해 일장춘몽을 공개했다. 또 애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촬영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을 온라인 갤러리 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영화 사운드트랙 전곡은 애플뮤직을 통해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