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보이콧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100년 된 뉴욕의 아이콘 ‘러시안 티 룸’은 러시아와 직접 관계가 없음에도 가게 이름만으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CNN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안 티 룸은 오랫동안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을 끌어모은 명소다. 전성기에는 안무가 조지 밸런신,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유명인들을 초대했고 영화 ‘투씨’와 ‘맨하탄’에도 등장했다.
이곳은 근처 카네기홀에서 열린 콘서트를 관람하거나 브로드웨이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식사하기 위해 몰렸던 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점심시간에는 서른개 남짓한 테이블 중 두 곳만 손님이 앉았고 나머진 거의 비어있었다.
CNN은 러시안 티 룸이 1927년 볼셰비키(구소련 공산당)로부터 도망친 러시아 망명자들에 의해 문을 열었지만 이후로는 계속 미국인들이 소유주였다고 밝혔다. 현재 소유주는 뉴욕의 한 금융 그룹이다.
그러나 가게명과 요리가 러시아와 연관됐을 뿐일지라도 러시아의 모든 것을 보이콧하려는 시위자들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러시안 티 룸 매니저와 직원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영업 손실을 입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언론의 취재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설립자들은 “러시안 티 룸은 키이우의 피가 흐르는 난민들에 의해 설립됐다.
러시안 티 룸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대량학살에 대한 처벌을 모면해왔으며,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이 식당의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는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라는 제목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깔로 작성된 글이 있다. 글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 푸틴에 반대한다’고 적혔다.
이는 뉴욕 로어이스트사이트에 있는 우크라이나 식당 베셀카의 분위기과크게 다르다. 이곳에는 식사를 하기 위한 인파가 긴 줄을 잇고 있다.
식당 주인 제이슨 버차드는 “일주일 만에 몰려드는 손님이 75%까지 늘었다. 이곳은 포위된 국가의 집결지가 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어로 무지개를 듯하는 단어인 베셀카는 우크라이나 전통 비트 수프인 보르슈트를 판매하는데, 이 판매 수익금을 우크라이나에 의약품과 장비를 전달하기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NGO) 라좀(Rasom)에 기부하고 있다.
버처드는 이 레스토랑이 첫 주에 1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둘째 주에는 1만5000달러를 더 모금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곳은 또 붕대, 배터리, 헤드램프는 물론 정수제, 의류 등도 기부받고 있다. 이 식당은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할 수 있는 것을 기부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버차드는 이번 위기 동안 분열보다는 결속력이 더 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친 시대에 살고 있다. 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화가 난다. 그러나 저는 러시아 국민들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 러시아에 대한 불매운동은 뉴욕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오하이오, 오리건, 유타를 포함한 주들은 수입 보드카 중 러시아산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보이콧루크오일’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 중이다. 러시아 거대 정유회사 루크오일의 기름을 파는 주유소를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