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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46)] 무한폭주 ‘개스값 혼돈’: 제자리는 언제쯤

2022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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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가 주유소에 들렀다. 옆에 있던 아들이 갑자기 아버지에게 ‘UFO’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차에 개스를 넣고 있던 아버지는 ‘미확인비행물체’라고 대답해야 할 것을 그만 자신도 모르게 주유기에 써있는 대로 ‘Unleaded Fuel Only (무연연료만)이라고 대답했다.

우스개 소리지만 기름 값이 하루 밤만 자고 나면 뛰어오르는 요새 같아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허긴 잘 산다는 미국도 부시 행정부 시절 한때 기름 값이 솟아오르자 대통령의 빈번한 나들이 지출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렇듯 우리가 기름값 시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개스(Gas)’라는 말이 ‘혼돈’이란 단어에서 유래됐기 때문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그리스인들은 우주를 ‘카오스(Chaos)’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17세기 화학자 헬몬트(Jean Helmont)가 석탄이 탈 때 생기는 증기를 연구하던 중 당시로는 고체나 액체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물질을 모르던 때여서 모양이 없는 이 물질을 발견하고는 무어라 명명할까 고민하다가 chaos에서 ch를 g로 바꾸고 o를 빼버림으로서 Gas라 했다고 한다.
  이 증기의 모습이 바로 혼돈과 무질서한 상태인 카오스 같아서였다는 거다. 그러다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름도 엔진 속에서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게 되므로 개스(Gas)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헌데 이 무형의 혼돈과 무질서의 ‘카오스(Chaos)’가 잘 정돈된 질서를 갖추게 되면 ‘코스모스(Cosmos)’가 된다. 혼돈의 카오스와 질서의 코스모스. 이 반대의 두 얼굴은 기묘하게 작용하며 얼핏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상식과 다른 여러 현상들로 우리생활 곳곳에서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끼어든다.
  일례로 음악회에 가서 보면 많은 청중들이 박수를 칠 때 처음에는 불규칙한 것 같지만 모두 하나가 되는 일정한 리듬의 박수로 되었다가 다시 잠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다시 말해 혼돈과 질서는 같이 병행하면서 보다 나은 질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삶도 다람쥐 챗바퀴 돌 듯 지루하고 힘이 들어도 때때로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화나게도 하는 그런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변화가 있으므로 사는 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게다.
  해서 이러한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 속에 숨어있는 나름 일정한 질서를 찾아내 미래를 예측해 내려고 하는 사고를 ‘혼돈 이론(混沌理論: chaos theory)’이라고 한다. 이는 기상 관측에서 초기 조건을 미세하게나마 다르게 다루다 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데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나비 효과’ 같은 거다.
그리고 이 카오스 이론이 우리의 실생활에 응용된 것 중 하나가 세탁기다. 세탁 중 빨래가 움직이는 패턴은 매우 불규칙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생기는 세탁물이 엉키는 원인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연구 결과 세탁기 내부 원리가 불규칙 속에서 일어나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카오스 이론에 따른 것임을 찾아내었다.

신(神)은 카오스 속에서 천지를 창조할 때 가장 먼저 만든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고 한다. 그러니 애초부터 혼돈 속에서 세상을 만들고 질서 속에 자리 잡혀가도록 한 것처럼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부시시한 카오스의 얼굴을 잘 정돈된 코스모스의 얼굴로 바꾸는 화장품을 Cosmetics라고 부르는 게 수긍이 간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눈에 보이는 질서가 신(神)에게는 혼돈이요 우리에게 혼돈은 완벽한 질서가 아닐는지. 이는 화장도 한 나절 뿐 꾸미지 않은 얼굴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밤이 되면 다시 혼돈의 얼굴로 돌아오고 다음 날의 코스모스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거울 앞에서 질서를 또 준비한다.
이렇듯 모든 일은 카오스와 코스모스 사이에서 돌아간다는 얘기다. 허니 카오스 같은 개스값도 그 무한 폭주를 끝내고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김학천 칼럼(45)]무의미한 삶, 그래도 4월엔 ‘샨티 샨티 샨티!

관련기사 [김학천 칼럼(44)] 하루키가 들려준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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