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8.5%를 기록하며 41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등 긴축 정책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CPI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월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고(高) 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들과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직면한 가장 성가신 문제 중 하나이며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무수히 많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배치된 도구는 오히려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의 예측을 통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3월 근원 CPI는 전년대비 6.5%였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폭은 줄었다. 2월에는 1월 대비 0.5% 상승한 데 비해 3월에는 2월 대비 0.3% 상승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여전히 연준의 목표인 연간 2%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균일하지는 않다. 3월 중고차 가격은 1년 전보다 35.3% 올랐고 식료품은 8.8% 올라 198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고기와 계란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10% 올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시장에선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노동현장 이탈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인력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인상했고, 원자재값 상승과 공급망 장애로 인한 배송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상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결국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실제 임금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이 따른다. 연간 임금 상승률이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대부분 근로자들의 임금을 앞지르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올해부터 완화되기 시작하지만 내년까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이 안정될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WSJ가 이달 초 재계, 학계, 금융계 인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 참여자들은 CPI가 올 6월 평균 7.5% 수준까지, 12월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말이 되어야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가까운 2.9%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면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것이고 이것이 다시 대출 비용 증가와 성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기업, 소비자 및 연준의 불황 타개 시도가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주택 가격 등 대유행 기간 동안 상승했던 부문의 물가는 최근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 억제 영향을 받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