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왕성 주변에서 발견된 초대형 혜성이 무게가 500조t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혜성임이 지난 1월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으로 밝혀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혜성의 밝기에 근거에 핵의 직경이 100km에서 200k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었다. 이 추정이 맞는다면 지금까지 발견된 혜성 가운데 가장 큰 혜성이 되는 셈이었다.
과학자들은 지난 1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혜성을 관찰해 핵의 정확한 직경이 137km이며 무게가 500조t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주 천체물리학저널레터스에 보도됐다. 500조t은 에베레스트산 2800개에 해당하는 무게다.
논문저자 UCLA 천문학 및 행성과학자 데이비드 제위트는 “지금까지 보아온 일반적 혜성보다 100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C/2014UN271(발견자 2인의 이름을 따 일명 베르나디넬리-베른슈타인)으로 명명된 혜성은 엄청난 크기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는 거의 관찰할 수 없다. 이 혜성은 시속 3만5400km로 태양을 향해 이동하고 있으며 오는 2031년 지구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도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태양에서 수십억km 떨어진 토성의 뒷쪽에 있게 되며 이 때 밤하늘에서 잠시 희미하게 반짝거린 뒤 다시 암흑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과학자들은 허블망원경을 이용해 울퉁불퉁하게 생긴 외계 방문객을 지구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것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 흰색으로 밝게 빛나는 핵을 푸른 빛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 혜성을 공동 발견했지만 허블망원경 연구에는 가담하지 않은 워싱턴대 천문학자 페드로 베르나디넬리는 “혜성 사진이 아름답다”고 했다.
혜성 핵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약간의 햇빛만으로도 일산화탄소 결정체로 구성된 핵이 증발하면서 코마라고 부르는 희미한 먼지 대기가 만들어진다. 허블망원경으로는 이 대기를 뚫고 혜성의 핵을 관찰할 수가 없었다. 다만 혜성의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한 제위트박사와 동료들은 코마의 컴퓨터 모델을 만든 뒤 영상에서 코마를 지웠다. 이렇게 해서 남은 핵의 크기를 측정하는 건 손쉬웠다.
연구자들은 혜성 핵의 결정체가 석탄보다 더 검다는 것도 밝혀냈다. 제위트 박사는 “우주(광)선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고에너지 우주선이 핵에 닿으면서 표면의 화학적 결합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우주로 방출돼 검은색 탄소만 남게 됨으로써 핵이 새카맣게 타버린 토스트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핵이 검은 색이라는 점은 이 혜성이 크기는 물론 조성도 다른 혜성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웰천문대 행성과학자 테디 카레타는 “혜성의 핵은 대부분 까맣다면서 혜성을 길가에 치워놓은 눈으로 비유했다. “대부분 얼음이지만 약간의 먼지와 더깨가 섞이면서 눈이 지저분하고 어두운 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혜성이 토성의 궤도에 근접하면서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300만년에 달하는 궤도를 도는 이 혜성이 다시 멀어지는 2031년에도 혜성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정확히 밝혀내기가 불가능하다. 다만 오르트 성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오르트 성운은 태양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측은 되지 않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얼음조각으로 구성된 거품을 가리킨다.
C/2014 UN271은 그 거품 속에 숨어 있는 예고편인 셈이다. 제위트 박사는 “이런 점들을 알게 되면서 우리가 태양계 외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며 “우리가 보지 못한 엄청난 물체들이 있고 상상조차 못하는 물체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저 멀리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