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치인 풍자 영상을 게시한 70대 여성이 ‘증오 조장’ 혐의로 체포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베네수엘라에서 소셜미디어(SNS)에 21초 분량의 정치 풍자 영상을 올린 올가 마타 데힐(72)이 지난 14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영상에 따르면 머리를 붉은 두건으로 감싸고 앞치마를 입은 데힐은 베네수엘라 주식으로 알려진 ‘아레파’를 만들기 위해 반죽한다. 아레파는 옥수수로 만든 빵으로, 보통 그 안에 고기나 아보카도, 콩 등을 채워 먹는다.
이 때 한 여성이 “어떤 아레파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에 데힐은 달걀이 들어간 ‘타렉 윌리엄 사브’, 달걀 스크램블이 들어간 ‘디오스다도 카벨로’, 아무 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실비아 플로레스’ 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권위주의적인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섞은 유머였다고 WP는 전했다.
타렉 윌리엄 사브는 베네수엘라 현 검찰 총장으로, 앞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스캔들이 터진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달걀’은 남성 성기를 표현하는 은어로, 데힐 발언은 검찰 총장의 성관계 스캔들을 풍자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당시 사브 검찰 총장은 해당 스캔들을 부인했다.
디오스다도 카벨로는 베네수엘라 현 국회의장으로, 마약 범죄 연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달걀 스크램블을 의미하는 ‘페리코’가 코카인의 은어로도 사용된다는 점을 WP는 지적하며, 데힐 발언은 카벨로 국회의장의 마약 스캔들을 풍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실비아 플로레스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인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속을 채우지 않은 아레파를 ‘과부 아레파’로 부른다. 다시 말해 베네수엘라 영부인을 과부로 칭한 셈이다.
이에 화면 밖의 여성이 “플로레스는 아직 과부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데힐은 “모두가 (과부가 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검찰은 지난 14일 “데힐이 SNS를 통해 대통령의 살해를 부추겼다”며 체포를 명령했다. 하지만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데힐을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데힐 SNS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앞서 지난 2017년 마두로 정권은 ‘증오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증오 표현을 할 경우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혐오 표현을 막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막기 위해 사용돼 비판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