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12곳을 국민의힘에 내준 가운데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생환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일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 후 페이스북을 통해 “TV 3사, JTBC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는다”며 “이 책임을 누가 질까”라고 탄식했다.
박 전 원장은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라며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광주의 투표율을 보시며 길을 찾으시라”며 “세계적 항공사 JAL(일본항공)이 방만한 경영으로 상장 폐지되었다가 3년 간 피나는 구조조정 후 다시 상장하며 당시 회장 왈(曰), ‘망(亡)하니까 보이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며 “정처없이 걷는다”고 글을 맺었다.
에둘러서 이재명 위원장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이겨서 국회에 입성하게 됐지만 ‘총괄선대위원장’인 만큼 지방선거 참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인 것이다.
광주 투표율을 거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광주의 이번 선거 투표율은 잠정 37.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부 경쟁’ 성격상 투표율이 낮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 민심마저 돌아섰음을 암시한 셈이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서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며 “험난한 역사 속에 부대끼며 생존해 온 민주당 70년을 돌아 본다”고 탄식했다.
이 전 부의장은 “면피용 반성문, 진정성 없는 혁신에 국민은 식상하다”며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이후 당내 신주류로 부상한 이재명계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균계(SK) 핵심인 이원욱 의원은 나아가 2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함에 따라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 총사퇴가 확실시 되는 등 향후 거센 후폭풍이 닥쳐올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위원장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패’ 책임론을 피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기 당권 도전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 내부의 극한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1월 이재명 위원장의 경기지사 시절 이 위원장을 ‘친구’로 지칭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