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K-팝과 같은 문화의 창시자가 곧 엘비스였다는 얘기죠.”
배즈 루어먼(Baz Luhrmann·60) 감독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플레슬리에 관해 이렇게 얘기했다. 루어먼 감독은 ‘위대한 개츠비'(2013) ‘물랑루즈'(2001) ‘로미오와 줄리엣'(1996)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연출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편집과 거침 없는 스토리 전개로 관객을 홀리며 영화를 쇼로 만드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루어먼 감독이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의 아이돌이자 최고의 쇼 아티스트로 불렸던 가수 엘비스 플레슬리 전기 영화 ‘엘비스’로 돌아왔다. 28일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엘비스는 최초의 대중음악계 아이콘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그는 해리 스타일스였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요즘 세대 관객들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비스’는 엘비스가 1953년 18살에 데뷔해서 1977년 42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엘비스 플레슬리라는 전설적 가수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한편 1950~7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당시 시대상을 짚어내고, 엘비스의 동업자였던 매니저 톰 파커와 엘비스의 관계를 진진하게 담아낸다. 엘비스는 청춘 스타 오스틴 버틀러(Austin Butler·31)가 맡았고, 톰 파커는 할리우드 최고 배우 톰 행크스(Tom Hanks·66)가 연기했다.
행크스가 한 발 물러서서 든든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버틀러는 실제 엘비스가 된 것처럼 신들린 듯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현지 언론은 버틀러의 연기를 극찬하며 그가 인생 최고 연기를 펼쳤다고 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버틀러는 엘비스의 성적 카리스마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버틀러는 21세기의 엘비스가 돼 열연을 펼치며 마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버틀러는 엘비스 역을 따내기 위해 한 달 간 오디션 준비를 했고, 캐스팅 후엔 1년 간 노래와 춤을 연습했다. 루어먼 감독은 “버틀러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젊은 시절의 엘비스의 목소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며 “엘비스의 딸도 버틀러의 목소리와 아버지 엘비스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버틀러는 이번 영화에 대해 “운명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엘비스는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말을 걸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그에겐 라이브 공연이 중요했습니다. 정말 파워풀하고 가슴 시린 목소리잖아요. 제가 직접 해야 했어요. 최대한 엘비스의 목소리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연습했습니다.” 루어먼 감독은 “오스틴과 엘비스의 영혼이 서로 맞닿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선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 ‘하운드 도그'(Hound Dog)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 ‘이프 아이 캔 드림'(If I Can Dream)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등 엘비스의 명곡을 두루 들을 수 있다.
‘엘비스’는 엘비스는 신에게 받은 재능으로 전 세계 팬을 매료시켰으나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 비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루어먼 감독은 엘비스의 공연 모습을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그리며 그를 신적인 존재로 끌어올리는 반면 공연이 끝난 뒤에는 엘비스를 초라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보통의 인간으로 전락시키는 연출을 보여준다. 루어먼 감독은 “자신의 영혼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파괴적인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모습을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톰 파커는 엘비스를 통해 돈을 벌려고 했어요. 그의 시선은 엘비스가 아니라 엘비스 팬에게만 향해 있었던 겁니다. 그건 톰 파커에게 휘둘린 엘비스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돈과 삶 간에 충돌이 일어난 거죠. 그리고 그 사이에 60~70년대 미국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엘비스는 점점 무너진 겁니다. 한국 음악 산업 관계자들도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잘 생각해봐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