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는 ‘커버댄스’를 즐기던 ‘땡깡(가명)’씨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시작한 뒤 팔로워 13만명을 보유한 인기 ‘인플루언서’가 됐다. 음악방송에 버금가는 ‘카메라 무빙’과 아이돌 못지않은 표정 연기로 네티즌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이돌이 직접 집에 방문해 함께 댄스 영상을 촬영할 정도다. 연예인들의 이목까지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유명 뷰티 유튜버를 꿈꾸며 메이크업 영상을 업로드하던 고등학생 임모(18)양은 구독자 수가 쉽게 늘지 않자 고민에 빠졌다. 이에 최근 유튜브 ‘쇼츠’에 메이크업 과정을 짧게 요약해 적극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임모양은 “메이크업 전후 변화를 15초 내외로 보여준 것이 호응을 얻고 있다”며”유튜브 채널에서는 좀처럼 늘지 않던 조회수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평소 긴 영상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흥미를 잃었던 직장인 김모(26)군은 최근 유튜브 ‘쇼츠’ 보는 재미에 빠졌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웹드라마를 30초~1분 내외로 압축한 영상이나 예능 짤을 즐겨본다. 김모군은 “여가시간에도 요즘 인기 있는 ‘너덜트’, ‘숏박스’ 등 짧지만 임팩트 있는 숏폼 드라마 콘텐츠를 주로 보거나 드라마도 15~20분 요약본만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의미하는 ‘숏폼’ 인기가 뜨겁다. 평균 15초에서 최대 10분을 넘기지 않는 다양한 숏폼 콘텐츠들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되며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길이가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직관의 매력’ 숏폼에 빠진 그들 왜?
숏폼 콘텐츠의 시초는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다. 2016년 틱톡은 전 세계 150개 국가와 지역에서 75개 언어로 숏폼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숏폼 플랫폼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어 유튜브와 메타(구 페이스북) 등 대형 SNS 플랫폼도 숏폼 영상 콘텐츠 전쟁에 뛰어들었다. 유튜브는 ‘쇼츠’를,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같은 숏폼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비대면 소비 문화 확산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길이가 긴 콘텐츠에 대한 지루함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짧게 본론만’ 담는 숏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숏폼이 새로운 콘텐츠 소비 문화로 부상한 이유 중 하나는 ’선택’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숏폼 플랫폼은 영상 재생이 종료되면 다음 영상으로 자동 재생된다. 이에 영상을 가볍게 휙휙 넘기며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다. 유튜브처럼 시작이나 중간에 광고가 재생되는 불편함도 없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능동적으로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데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도 숏폼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다. 유튜버에 도전하려고 비싼 카메라를 살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면 숏폼을 만드는 데 충분하다. 영상 길이가 짧아 번거로운 편집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가령 친구들과 ‘심심한데 릴스 챌린지 찍을래’ 하며 숏폼이 놀이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댄스 커버 영상을 업로드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들은 긴 광고 영상을 올리는 대신 숏폼을 통해 짧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전방위적인 숏폼 열풍…댄스 챌린지→요리, 웹드라마, 먹방, 메이크업
숏폼 콘텐츠의 주된 장르는 각종 안무 커버나 댄스 챌린지 등 ‘춤’이다. 앞서 지난 2020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를 시작으로 각종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다수의 아티스트들은 댄스 챌린지로 ‘신곡’ 홍보에 나섰고 숏폼에 참여하는 이용자들도 크게 확대됐다.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 범위가 ‘춤’을 넘어섰다. 웹 드라마, 유머 영상, 요리 레시피, 예능, 먹방(먹는방송), 메이크업, 데일리룩 등 무궁무진하다. 이에 점차 MZ세대 뿐만 아니라 304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숏폼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이 된 MZ세대를 중심으로 쉽고 빠르게 영상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또 짧은 영상으로도 강력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숏폼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이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숏폼 인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숏폼을 핵심 먹거리로 낙점하면서 숏폼 플랫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는 “숏폼은 이미 하나의 소비 형태로서 자리 잡았고, 롱폼인 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과 비교하면 소비시간이 비슷할 것”이라며”다양한 분야에 있는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진입할 수록 숏폼 생태계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숏폼 특성상 콘텐츠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콘텐츠 검수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