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달궤도선 다누리가 오는 5일 달을 향한 우주 여정을 시작한다.
러시아(구 소련)가 1959년 세계 최초로 달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고, 미국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을 때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50~60여년 만에 달을 향한 첫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발사에 성공하면 러시아·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인도에 이어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또한 지구 중력장을 벗어난 심우주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5일 오전 8시 8분(미국 동부시간 4일 오후 7시 8분)에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우주발사장에서 다누리를 발사할 계획이다.
다누리는 당초 오는 3일에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발사를 대행하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다누리를 싣고 가는 ‘팰콘9’ 우주발사체를 점검하다 추가 작업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하고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틀 뒤인 5일 발사된다. 현재 다누리는 모든 발사 준비를 완료하고, 팰콘9에 실리기 위해 미 공군기지 내 조립동에서 대기 중이다.
다누리는 가로·세로·높이 약 2m의 직육면체 모양이다. 태양전지판을 펴면 가로 기준 최대 약 6m까지 커진다. 국내 독자 개발한 궤도선 본체를 비롯해 ▲고해상도 카메라(항우연) ▲광시야 편광 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 ▲자기장 측정기(경희대) ▲감마선 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인터넷(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섀도캠 1종의 탑재체로 구성됐다. 본체와 탑재체 6종을 합한 무게는 총 678kg이다.
◆직로 아닌 4배나 먼 ‘BLT’로 우회해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
다누리는 발사된 후 40분간 250km 상공에서 궤도 비행을 하다가 탐사선과 로켓 분리로 발생한 추진력으로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의 궤적에 진입한다. 우주여행 항로로 BLT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달을 향한 직선거리(38만4000㎞·대략 3일 소요) 대신 태양, 지구, 달 등의 중력이 균형점을 이뤄 무중력에 가까운 라그랑주 포인트 L1(150만㎞)까지 간 뒤 속도를 줄여 달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이후 달 중력에 잡혀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 경로다. 이는 감속을 위해 다량의 연료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궤도선 전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항우연측 설명이다.
BLT에 진입한 다누리는 태양전지판, 안테나 전개 등 정상 운영을 위한 작동 및 점검을 수행하고, 약 4.5개월 동안 총 9회의 궤적 수정을 수행해 계획한 궤적을 따라 달에 접근, 오는 12월 16일달 궤도에, 달 상공 100km의 임무 궤도에는 같은달 31일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 1년간 달 상공 돌며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등 과학 임무 수행 예정
달 임무 궤도에 안착 후에는 하루 12회 공전하며 1년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탑재된 6종의 과학 장비를 통해 달 표면 전체 편광 지도 제작, 달-지구 간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 등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임무를 비롯해 향후 대한민국 달 착륙 후보지 탐색, 자기장 측정, 달 자원 조사 등 여러 과학 임무 수행한다는 목표다.
유일한 외산 탑재체인 섀도캠은 달 극지방을 촬영할 예정이다. 달 극지역은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얼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 유인 탐사 후보지로 꼽힌다. NASA가 오는 2025년까지 달에 다시 우주인을 보내는 미션인 ‘아르테미스’에서 달 유인 착륙에 적합한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차원이다.
다누리는 연료가 여유가 있을 경우 연장 운용될 수 있다. 이를 정상운영 종료 6개월 전인 내년 7월께 확정할 예정이며, 이때 임무종료 방안에 대해서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가능한 임무종료 방안 가운데 하나는 달 표면과 충돌해 충돌 직전까지의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기적인 궤도 유지기동 없이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달 동결 궤도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다누리 개발 및 운영을 통해 확보한 우주탐사 기술은 향후 달 착륙선 개발 등에 활용되며, 달 표면 등 관측 정보는 향후 유·무인 달 착륙 임무는 물론 달에 대한 지식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민국 우주탐사 시대 개막 기대↑
다누리는 우주탐사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개발 작업이 진행됐고 오는 12월까지 7년 동안 236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 지구 밖 탐사에 나서는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 대한민국 우주탐사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달 착륙에 성공하거나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인도가 있다. 다누리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7번째 달 탐사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우주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격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우주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시점에 달 탐사에 나서는 것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고 우주탐사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달은 고부가가치 자원의 보고임에 따라 달궤도선 성공 발사는 우주 자원 개발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선진국들은 전기차,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지만 지구에 부족한 희토류나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인 헬륨3, 우라늄 등을 달·화성·소행성 등에서 채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다누리는 성공 발사돼도 1년간 달 상공을 돌면서 달 표면과 이런 자원들을 관측만 할 뿐 자원을 채굴해 한국으로 나를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정식으로 합류한 만큼, 향후 달 자원 개발과 활용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아울러 다누리가 달 임무궤도에 안착하면 한국과 세계 최강 우주강국 미국의 첫 우주탐사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항우연과 NASA는 지난 2016년 12월 약정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섀도캠을 다누리에 탑재해주고, 대신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심우주통신·항행을 지원 받기로 했다.
◆’달궤도선’에 이어 ‘달착륙선’ 개발 목표
정부는 달궤도선 개발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달착륙선’ 사업에 착수해 2030년대 초까지 1.5톤급 이상의 달착륙선을 개발해 달 표면에 착륙, 다양한 과학임무(자원탐사, 현지자원활용 등)를 수행한다는 목표다.
특히 독자적 우주 탐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초로 우리나라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자력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통과할 경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달 착륙선 개발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과천과학관은 다누리 발사 실황을 오는 5일 오전 7시 45분부터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