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Ben&Jerry’s)가 모회사 유니레버와 이스라엘 사업권을 두고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한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주 맨해튼 지방법원은 모회사 유니레버의 이스라엘 사업권 매각을 금지해달라는 벤앤제리스의 요청을 심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벤앤제리스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에서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그러자 모회사인 유니레버는 이스라엘 사업권을 협력 업체에게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벤앤제리스는 이스라엘 사업권 매각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벤앤제리스는 미국 버몬트주에서 탄생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현재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의 자회사다. 이 업체는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강조하며,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는 ‘행동주의’로 유명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자회사가 모회사를 고소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회사가 별도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어도 모회사에서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앤제리스는 인수합병(M&A) 당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에 합의하면서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벤앤제리스를 운영하는 독립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니레버는 2명만 임명할 수 있다.
현재 벤앤제리스가 임명한 이사 5명과 유니레버가 임명한 이사 2명 등 총 7명의 이사진이 있다. 유니레버 측 이사는 재정과 운영에만 관여할 수 있다.
벤앤제리스 측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스라엘 사업권 매각이 매각이 자신들의 승인 없이 이뤄졌으며 회사의 사회적 사명을 보존하고 브랜드를 보호할 권리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니레버가 “서안지구에서 벤앤제리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이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이사회의 계약 권한을 빼앗으려 했다”고 말했다.
유니레버는 “인수합병 합의로 재무 및 운영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에 벤앤제리의 이스라엘 사업을 매각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시 프리스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이 사건은 이스라엘 사업권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약상 권리를 누가 가졌느냐로 귀결된다”면서도 “이같은 지배구조는 벤앤제리스를 제외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