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재위 기간 영국을 이끌어 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여왕의 큰 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시 국왕 자리를 계승했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이날 오후 6시30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임종을 맞았다고 밝혔다. 버킹엄 궁전은 조기를 게양했다.
왕위 계승권자인 찰스 왕세자가 국왕의 자리를 자동 승계해 ‘찰스 3세’로 즉위한다고 왕실은 밝혔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찰스 왕세자는 64년 간의 오랜 왕위 대기 기간 끝에 국왕에 즉위하게 됐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새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윌리엄 왕세손이 물려받게 됐다. 윌리엄 왕세손 자녀인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4세는 각각 왕위 계승 서열 2·3·4위가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런던 브리지 작전’이라는 이름의 여왕 서거 시를 대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해뒀다. 이에 따라 여왕의 장례는 서거 10일째 되는 날인 오는 17일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새 국왕 찰스 3세는 성명에서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여왕의 서거는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장 큰 슬픔”이라며 “그녀의 서거는 영국 뿐만 아니라 영연방 국가들 그리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게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료진이 여왕의 건강 상태가 염려된다고 발표한 후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가족들은 속속 밸모럴성에 모여 들었다. 주치의들은 “여왕의 건강 상태가 우려된다”며 “의료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BC는 여왕의 서거가 발표되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여왕의 초상화를 화면에 띄우고 국가를 틀었다. 버킹엄궁은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했다. 왕실 홈페이지를 비롯해 정부 홈페이지는 모두 검은색 배너를 통해 여왕을 추모했다.
여왕은 올해 초 즉위 70주년을 맞았으며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을 여의고 혼자가 됐다. 필립공이 세상을 떠난 뒤 여왕의 건강은 급격히 쇠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병원에 하루 입원했으며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올해 2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그는 1926년 4월21일 생으로 현존하는 세계 군주 중 최고령자였다.
1952년 25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이후 70년 동안 15명의 영국 총리가 거쳐 갔다. 이 기간 동안 냉전과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 유럽연합(EU) 출범과 영국 탈퇴 등 격변기를 겪었다.
여왕은 예년처럼 밸모럴성에서 여름을 보냈으며 지난 6일에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임명했다.
트러스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 연설에서 “여왕의 서거는 국가와 전 세계에 큰 충격”이라며 “세계인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고 애도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여왕의 즉위 기간 현대 영국의 토대가 만들어졌고 그의 즉위 기간에 영국이 번영했다”며 “여왕은 곧 영국의 정신이었으며 그 정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왕은 재위 기간 후손들의 스캔들과 불운이 끊이지 않았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이혼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해리 왕자가 왕실과의 불화로 직위를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전하’ 호칭을 박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