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17명을 숨지게 한 20대가 사형을 면했다고 13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이 보도했다. 이에 유족들은 “정의를 빼앗겼다”며 오열했다.
배심원단은 당시 10대였던 니콜라스 크루즈(24세)가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시에 있는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17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그의 변호인은 크루즈의 모친이 임신 중 약물과 알코올을 남용해 신경발달 장애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크루즈는 학생 14명과 학교 직원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17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재판 단계는 생략되고, 배심원의 형량 결정을 포함 선고 단계로 넘어갔다.
검찰은 “크루즈는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데다,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2명의 배심원단은 7시간 동안 심의한 끝에, 혐의의 잔인한 정도가 변호인이 제시한 감형 요인보다 크지 않다는 이유로 종신형을 결정했다.
배심원단장인 벤저민 토마스는 CNN계열사와 인터뷰에 “배심원 12명 중 3명이 사형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정신적으로 아프기 때문에 사형을 면해야 한다고 믿지 않았지만, 배심원 제도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는 다음달 1일 정식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배심원단의 권고는 공식적인 선고가 아니지만, 플로리다법에 따르면 생명과 관련한 판결은 배심원 권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형을 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14세 피해자 알리사 알하데프의 아버지는 판결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배심원에게 질렸다. 17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혔는데 사형선고를 받지 못하는 제도가 역겹다”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형을 받는가”라며 절규했다.
또 다른 피해자 제이미 구텐버그의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배심원단의 권고가 희생자 가족에게서 정의를 빼앗았다”며 “또 다른 총기 난사 사건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으로 딸을 잃은 라이언 페티는 “배심원이 이 사건의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배심원이 되기 위해 서명했을 때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배심원단 결정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4년 반이 지났는데, 이제 결과를 받고 있다는 것에도 실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