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략비축유(SPR)를 보충하기 위해 고정가격으로 석유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유업계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가가 배럴 당 67~72달러 이하일 때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를 보충하기 위한 석유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에너지부는 정유회사의 석유 시추를 장려하기 위해 고정된 가격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는 시행령도 함께 공개했다.
정유업계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생산량 증가를 유도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치솟는 국제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올해 3월 하루 100만배럴씩, 6개월 동안 총 1억8000만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시중에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1500만배럴의 추가 방출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의 최대 용량은 7억1400만배럴이다. 전략비축유 보유량은 올해 초 6억배럴을 유지했었지만 대규모 방출을 이뤄지면서 지난 14일 기준 4억500만배럴로 줄었다.
미국 정부가 국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석유회사를 질타해왔지만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지난 14일 기준 미국 원유 일일 생산량은 하루 약 1200만배럴로 올해 1월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정유업계는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정유업계가 얻은 수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해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하도록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석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새로운 시추 계획에 대한 투자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공약하고 취임 이후 석유 시추를 위한 공공부지 임대를 줄여 나가면서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나서면서 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정유회사에게는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마셜 애드킨스 이사는 “1년 후에 석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70달러에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다가 다시 보충하게 되면 시장에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LLC의 케빈 북 이사는 “경기가 부진하면서 시장에 공급이 증가할 때가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