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의 최저임금이 11월 1일부터 시간당 23프랑으로 인상됐다. 23프랑은 25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
CNN에 따르면 2개월간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유권자의 약 58%가 시간당 23프랑 최저임금 도입안에 찬성해 지난 9월 시간당 25달러 최저임금 도입이 확정됐다. 시급이 25달러에 달하는 임금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일당 184프랑(약 200달러), 월급으로 치면 4000프랑(4,348달러)이다.
최저임금법이 없는 스위스에서 제네바는 최저임금법을 도입한 4번째 주(Canton)이 됐다. 캔튼은 주와 같은 개념으로 스위스에는 26개 캔튼이 있는데 이들 중 노키아텔, 주라, 티치노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했고 제네바가 네번째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이다.
연방 최저임금이 7.25달러인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일 수도 있지만 제네바 사정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갈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공개한 2020년 세계 생활비 조사에 따르며느 제네바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생활비가 비싼 도시에 올랐다.
스위스 연방통계국이 2018년 추산한 바에 따르면 약 월 4,000프랑의 임금은 성인 2명과 14세 미만의 자녀 2명인 가족이 최저빈곤선 3,968 프랑을 약간 상회하는 것이다. 4인가족 제네바 주민들에게 4000프랑은 빈곤선을 약간 넘는 수준인 것이다.
제네바는 과거 두 차례 최저임금제 도입안을 주민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2011년과 2014년 시간당 최저임금 22프랑 도입안이 반대 76%로 부결됐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떻게 이 최저임금 도입안이 통과될 수 있었을까
한 노동자 단체 대표인 미셸 차라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제네바 주민들의 상당수가 더 이상 제네바에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최저임금제도가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살수 있는 최저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수석 경제학자 마이클 그랩은 “코로나 팬데믹이 유권자들이 최저임금안 통과에 찬성하도록 큰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로 인해 저소득층이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의 제네바에는 무료급식소 긴 줄이 늘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BBC는 제네바 주민들이 모두 국제기관이나 은행에서 일하지는 않는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같은 상황이 최저임금제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BC는 봉쇄 정책이 끝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제네바 곳곳에 무료급식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당 25달러 최저임금 도입이 식당이나 호텔과 같은 업체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바 상공회의소의 빈센트 수빌리아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수익이 많이 감소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호텔과 외식 업계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 업계의 미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스테파노 파나리는 스위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방장인 내 월급도 5000에서 6000프랑 사이”라면서, “홀 담당에게 이와 비슷한 월급을 주면서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파나리는 “월 4000프랑을 받는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돈을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미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