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실시한 대선 결선투표에서 경쟁자인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꺾고 12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은 50.9%의 득표율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9.1%)을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에서 제2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노동자당(PT) 지도자로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쓴 좌파 물결을 견인한 ‘좌파 대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 동안 좌파 정권이 중남미 주요 지역에서 들어서면서 극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한 브라질과의 외교 관계가 냉각됐지만, 룰라의 승리로 또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룰라는 대선 과정에서 좌파가 장악한 이웃 국가들과의 강력한 외교 관계 복원을 약속했다.
반면 보우소나루는 아르헨티나 좌파 정부가 경제를 잘못 관리했다고 비난하고, 칠레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퍼붙는가 하면 브라질이 베네수엘라로 바뀌지 않도록 룰라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유권자들에 촉구했다.
에스더 솔라노 상파울루대 국제관계 교수는 “보우소나루는 좌파 집권으로 중남미가 퇴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에게 중남미 공산주의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룰라는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두 번의 임기 동안 남미 최대 규모 경제 공동체인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등을 통해 지역 동맹 강화를 추진했었다. 그는 중남미지역 단일 화폐 도입을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브라질 대선 과정에서 그 아이디어를 다시 제안했다.
브라질에 본부를 둔 연구소 제툴리우 바르가스의 정치학자인 길레미 카라로스는 “그(룰라)는 브라질을 2000년대 초반 남미의 리더로 돌려놓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치 전문가인 후세인 카루트 하버드대 교수는 룰라가 기후변화 이슈에서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증진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룰라가 최근 외국 관리들과 만났을 대 자리에 함께 했던 카루트 교수는 “브라질은 현재 지역에서 완전히 고립돼 있다”며 “이는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