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주요 노동조합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도 잇따랐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24, BBC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수도 파리 등 도시 200여곳에서 진행된 시위에 약 112만명의 인파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80만 명을 훨씬 넘긴 수치다.
프랑스 최대노조인 노동총연맹 세제테(CGT)는 정부 집계보다 많은 200만 명 이상으로 참여 인원을 추산하며 파리에서만 40만명이 집결했다고 전했다.
시위와 함께 진행된 파업으로 항공편과 대중교통도 멈춰 섰다. 일부 국제선 항공편도 중단돼 샤를드골국제공항에 이은 두번째 규모의 오를리 공항은 항공편의 20%를 감축했다.
프랑스 철도 공사(SNCF)는 고속 TGV 열차 노선 5개 중 1개만 운행했고, 파리 통근 열차 TER은 10개 노선 가운데 1개만 운영했다. 철도 당국은 프랑스 전역 노선이 심각한 혼란을 겪었고, 파리의 지하철 노선은 전체 또는 부분 폐쇄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공립 학교 상당수도 문을 닫았다. 프랑스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사 40% 이상과 중등학교 교사 35%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교육 노조 측은 교사의 65%가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당국은 만일의 폭력 사태에 대비해 경찰 1만 명을 투입했으나 충돌은 거의 없었고, 무기 소지 등 급진 시위대 38명만 체포됐다고 BBC는 전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비교적 평화로웠던 시위에 대해 경찰과 노조 모두에 찬사를 표했다.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 힘입은 노조는 오는 31일 두 번째 파업을 예고했다.
People in France went on a nationwide strike to protest the government's plans to raise the retirement age by 2 years to 64pic.twitter.com/QsftZxbrsY
— Fifty Shades of Whey (@davenewworld_2) January 19, 2023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 64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하는 기간도 2027년부터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어나며, 근무 기간을 늘리는 대신 최저 연금 수령액은 매달 980유로(약 130만원)에서 1200유로(약 160만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개혁안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4명이 정년을 62세로 현행 유지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국제여론조사기관인 IFOP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개혁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여소야대 의회도 마크롱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다. 3개 정당으로 구성된 마크롱의 중도파 ‘앙상블’ 여권 연합은 현재 577석 중 250석으로 최대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과반이 아닌 의회에서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법안 통과는 어렵다.
프랑스 정부가 예상하는 최악의 결과는 교통수단, 병원, 연료 저장소 등에서 파업이 지속돼 국가 기본 인프라가 마비되는 상황이다.
지난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춘 뒤 프랑스는 일곱 번째 연금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개혁은 대대적인 반대를 불러일으켰지만 대부분 성공했다. 지난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몇 주간 이어진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년을 62세로 연장했다.
이번 파업은 정년연장을 추진하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여권, 철회를 바라는 프랑스 국민에 대한 첫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