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과 갱단 보복 살인, 마약 사건들이 잇따랐던 2023년 1월은 미국의 암울한 사회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LA 몬테레이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로 무려 11명이 숨진데 이어 다시 북가주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총격 사건과
일가족 6명이 갱단 보복으로 살해된 고센 일가족 살인사건, 학교 캠퍼스까지 침투한 펜타닐 중독 문제 등은 미국 사회가 총기, 마약, 갱단 문제로 중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총기난사 1월에만 38회..2720명 사망
연초부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총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023년 1월에만 캘리포니아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6건이나 발생했고, 전국에서는 38번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범 외에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난사 사건과 일반 총기 관련 사고까지 모두 종합하면 1월에만 무려 2720명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년으로 계산할 경우 3만 2640명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꼴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군 사망자가 1만 3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은 전쟁 중인 국가보다 더 많은 국민이 총기로 사망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군인들의 사망자 숫자가 1만 3천명이지만 미국에서는 무고한 시민들의 총기 사망자가 대다수이라는 점이 다르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보다 미국에서 일반인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정치인들이 총기 규제에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스스로 보호해야 겠다고 생각한 국민들의 총기 구입은 크게 늘어났다.
2021년 총기 현장에서 발견된 총기의 54%는 3년 이내 구입된 것으로 나타났고, 구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총기도 다수 포함됐다고 주류 담배 총포 담당국은 보고서를 통해 2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총기 문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있다.
활개치는 갱단..중가주 고센서 일가족 6명 학살
총기로 인한 갱들간의 문제를 넘어서 멕시코의 전문 범죄조직 카르텔의 미국 진출은 이미 시기를 지나 정착과정에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달 16일 중가주 시골마을 고센(Goshen)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6명에 대한 집단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수사한 툴레어 카운티 셰리프국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심지어 도주하던 노인까지 거리낌 없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총격을 가했다며 전형적인 카르텔의 조직적인 학살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고 경과를 보고하던 툴레어 카운티 셰리프국의 마이크 브드로(Mike Boudreaux)는 “지금 캘리포니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셰리프 요원은 “지금 멕시코 카르텔은 캘리포니아주 곳곳에 포진돼 있다”고 말하고 “이미 가정을 꾸렸고, 국경을 넘어 들어온 카르텔 멤버가 미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으며, 이들이 집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마약을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가주 지역은 프리웨이가 잘 이어져 있고, 한적한 중가주 농촌 마을은 카르텔이 선호하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경이 느슨한 틈을 타 상당히 많은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으로 넘어왔고, 이제는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찰 폭력 사망자 1월에만 67명
2020년 미 전국을 들끓게 했던 플로이드 사태는 미국 경찰의 인종 차별적인 잔혹한 폭력 때문이었다. 2년이 지난 2023년 미국 경찰은 달라진 것이 없다
테네시 멤피스에서 흑인 청년 타이어 니콜스가 흑인 경찰 5명에게 잔인하게 구타 당해 사망했고, 얼마 전 LA 헌팅턴팍에서는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남성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플로이드 사태가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진압에 촛점에 맞췄졌다면 2023년 미국 경찰의 문제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행해지는 미국 경찰의 체계적인 내재화된 폭력성이다.
이때문에 갱단 보다 경찰이 더 두렵다는 자조적인 한탄도 터져 나온다.
2023년 1월에만 미 전국에서 경찰 폭력으로 숨진 미국인은 무려 67명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경찰관이 저지른 폭력 행위로 1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통계기관 ‘경찰 폭력 지도'(MPV·Mapping Police Violence)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에서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 수가 총 1천186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엔 1천147명, 2020년엔 1천155명이었다.
펜타닐 중독 통제불능 상태…교사까지 펜타닐 수업
이들 카르텔이 미국에서 주로 하는 일은 마약 판매 공급이다.
마약단속국(DEA)은 펜타닐의 원천봉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지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북중미 3국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펜타닐 공급과 유통 근절에 대한 협력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단은 취소됐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역시 펜타닐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펜타닐의 핵심 원료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이 원료가 멕시코로 수송된다. 그리고 이 가루는 멕시코에서 알약이나 가루로 재가공돼 미국으로 공급되고 있다.
최근 카르텔의 미국 정착 이후 중국산 펜타닐 원료 상당량이 미국으로도 수송되는 것으로 마약 단속국은 파악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중국과 멕시코에 펜타닐 근절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지만 “수요가넘쳐나는미국이
문제다”라는 반응을 보여 협상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경색된 상태여서 논의 자체도 쉽지 않다.
미국이 펜타닐 최다 수입국이라며 뒷짐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중국 정부는 마약성 진통제로 허가받은 제품의 수요 폭증에 따른 제약사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펜타닐 중독 사회 도 넘었다..펜타닐 복용 교사, 수업 중 실신
마약 단속국은 지난 7년간 펜타닐 수입이 급증했다고 판단했다. 마약 단속국이 헤로인과 코카인 단속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펜타닐 단속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펜타닐은 이제 미국 사회 깊숙히 파고 들어 고등학생들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숨지는 등 펜타닐과 여러 마약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대형 콘서트나 대형 야외 콘서트장에 마약 단속반이 배치돼 있지만 관객들이 마리화나로 환각상태에 빠진 것인지, 펜타닐을 복용한 것인지 하나하나 피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단속에 어려움도 호소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마약 단속국이 압수한 펜타닐의 양은 알약 5060만 정, 가루 1만 파운드로 알려졌다. 미국인구 3억 4천만명 전체 인구를 모두 사망케 할 수 있는 양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1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미국에서 사망한 인구는 모두 10만 7천명으로 이 가운데 7만여명 이상은 펜타닐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