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9일 이탈리아 공식 방문 및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이스라엘 시위대는 이날 벤구리온 공항으로 가는 길을 차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사법 개혁 추진에 대한 반대를 더욱 강화했다.
두 달 넘게 사법 개혁 반대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는 9일을 ‘독재에 대한 저항의 날’로 선포하고 새로운 시위를 시작했다. 이스라엘 전국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패들보드와 카약 등의 선단이 북부 도시 하이파의 주요 해상 운송 차단에 나섰다. 시위대는 사법 개혁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사무실에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을 둘러싼 소동은 이스라엘을 최악의 국내 위기 중 하나로 몰아넣었다. 거리에서의 폭력적 시위 발생 외에도, 재계 지도자와 법률 관계자들이 사법 개혁이 파멸적인 영향을 부를 것이라고 반대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반대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도 전례 없이 반대 목소리에 동참했다.
오랜 정치적 교착 끝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동맹들은 사법 개혁은 권한을 남용한 법원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비평가들은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뒤엎고 이스라엘을 권위주의로 몰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개인적 불만에 사로잡혀 사법 개혁을 통해 혐의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으려 한다고 비난한다.
텔아비브의 시위자 사비온 오르는 “이스라엘은 독재국가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 정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실제로 나라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앞두고 공항으로 이르는 고속도로를 저속 주행하는 차량들로 메워 총리의 해외 방문 일정을 어렵게 만들고 네타냐후 총리의 공항으로의 이동 계획을 변경하도록 강요한다는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차량 이동 대신 헬기를 이용해 벤구리온 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8일 이스라엘 방문도 시위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과 이스라엘 관리 간 회의 장소가 당초 예정됐던 텔아비브의 국방부 인근에서 공항 근처로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