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출시한 기아 ‘EV6’는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아는 전용 전기차 EV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로 EV6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EV6는 고객들이 가치를 먼저 알고 미리 반응했다. 사전 계약 첫날 기아의 역대 차량 중 가장 많은 사전 계약 대수인 2만1016대로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EV6는 특히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가 훨씬 긴 일명 ‘롱 레인지’ 모델을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EV6는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간판 자리를 꿰찼다. 기아는 EV6 상품성을 개선해 지난해 9월 연식 변경 모델인 ‘더 2023 EV6’를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갔다.
최근 기자가 시승한 EV6 롱레인지 모델 최상위 트림인 GT-Line(2WD)는 어떤 전기차보다 힘이 좋다는 EV6 장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도심 총 200㎞ 구간을 주행한 결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에 비교해도 손색 없다”는 사람들의 평가를 수긍할 수 있었다.
EV6 주행 성능은 전기차의 ‘모범생’으로 부를 만하다. 모든 면이 과하지 않고 만족스럽다. 딱히 부족한 부분을 꼽을 게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 거리가 325㎞인 것을 감안하면 단 한번 충전으로 국내 어디든 무리 없이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V6는 가장 멀리 갈 수 있지만 ‘가장 빠른’ 국산 차 타이틀도 갖고 있다. EV6 고성능 모델인 EV6 GT는 제로백(정지에서 100m까지 주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5초일 정도로 압도적 성능을 보여준다. 모범생인데 힘까지 세다는 장점은 EV6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다.
[서울=뉴시스] 기아 EV6 GT-라인.(사진=기아) 2023.1.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승차감은 다소 불안정하다. EV6 시승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름 아닌 ‘서스펜션’이다. 서스펜션은 자동차 의 구조 장치로 노면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EV6는 이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하게 설계됐는데 운전석에선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뒷자리와 운전석 옆 동승석에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 차를 거칠게 몰지 않는 스타일인데도, 복수의 동승자들이 “운전을 험하게 한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그만큼 서스펜션이 뒷좌석과 동승석의 승차감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차량의 낮은 전고도 다소 아쉽다. EV6 전고는 1550㎜다. 시트 포지션을 조정하면 운전석에선 큰 문제가 없지만 뒷좌석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형 디자인으로 설계돼 키가 크거나 덩치가 큰 사람이 뒷좌석에 앉으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전기차 선택의 핵심인 전비는 준수하다. 고속도로와 시내에서 전비를 고려하지 않고 주행한 결과 복합전비는 4.7㎞/㎾h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선보인 아이오닉 6 전비(복합 기준 4.8㎞/㎾h, 20인치 휠·롱레인지 프레스티지 트림 AWD 기준)와 비슷하다.
디자인과 가격은 평범하다는 평이 설득력을 얻는다. 모델별 선택 비중을 고려할 때 지난해 내수 고객의 95% 정도가 롱레인지 모델을 선택한다는 게 기아 설명이다.
EV6 롱레인지 모델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받으면 5260만~5995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을 더하면 소비자는 이보다 수 백 만원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입할 수 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차 SUV인 ID.4 가격은 5490만원이다.
결론적으로 EV6는 ‘기본기’인 주행 성능을 놓고 볼 때 딱히 흠 잡을 게 없다. 단 이 때문에 승차감의 단점이 더 부각된다.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를 구분할 것 없이,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시 중시하는 부분은 바로 승차감과 공간감이다.
전고가 낮아진 부분은 디자인 상 문제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기아는 EV6를 패밀리카 용도로 주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은 향후 변경 모델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