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거인족 신(神)들인 티탄족은 크로노스를 왕으로 내세워 황금시대를 누렸다. 그러다 반란을 일으켜 올림포스의 12 신들과 싸웠으나 그만 패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신들의 신이었던 제우스는 티탄족 중에서 힘이 가장 센 아틀라스에게 세상의 서쪽 끝에 가서 영원히 하늘을 떠받들고 있도록 하는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얼마 후 천하장사 헤라클레스가 이곳을 찾았다. 바람둥이 제우스와 그의 애인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에게 내린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명령으로 헤스페리데스들이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황금 사과 3개를 따러 가는 중이었다.
가는 길목에 큰 산맥에 가로막힌 헤라클레스는 물길을 내기 위해 두 손으로 내리치자 유럽과 아프리카로 갈라지고 그 틈새로 대륙 밖의 바다에서 물이 들어와 채우니 이것이 지중해다.
그리고 갈라진 틈새를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Gibraltar)이다.
헌데 헤라클레스가 왕의 명령으로 따러간 황금 사과는 제우스의 처, 헤라가 대지의 신으로부터 결혼선물로 받아 헤스페리데스들에게 맡겼는데 백 마리의 용이 지키고 있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해서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이 일을 부탁하면서 사과 따러 가는 동안 자기가 대신 하늘을 떠받치고 있겠다고 꼬였다. 헤스페리데스들이 아틀라스의 3딸들이었던 덕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지고 있던 하늘을 넘겨준 뒤 헤스페리데스들에게 가서 황금 사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하늘을 지는일이 힘들었던 아틀라스는 황금 사과만 놓아둔 채 떠나려고 하자 헤라클레스는 왼쪽 어깨로 하늘을 메고 있기가 무겁다며 오른쪽으로 잠깐만 옮겨달라고 애원한다. 헤라클레스의 말을 그대로 믿고 하늘을 옮겨 주기 위해 잠시 넘겨받은 틈을 타 헤라클레스는 황금 사과를 들고 그대로 내뺐다.
이후 아틀라스는 지금까지도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하늘대신 지구를 어깨에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아틀라스는 지리책이나 지도책의 표지에 사용되었는가 하면 인체의 등뼈에도 그 이름을 남겼다.
인체의 32 개의 척추 가운데 목뼈(경추) 7개 중 맨 위에 위치하고 있는 제1경추를 아틀라스(atlas)라고 한다. 마치 우리네 여인들이 머리에 짐을 일 때 쓰는 똬리 처럼 납작하고 둥그런 모양을 하고 머리(두개골)를 떠받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무게를 버텨내는 것이 아틀라스의 운명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후에 아틀라스의 머리는 산꼭대기로 머리카락과 수염은 숲으로 팔과 어깨는 절벽, 그리고 뼈는 바위가 되면서 마침내 거대한 산으로 변했으니 그게 바로 아프리카 서북부 모로코에서 알제리를 거쳐 튀니지까지 뻗친 아틀라스 산맥의 탄생이다. 앞서 황금사과 찾아 나설 때 헤라클레스가 내려친 산맥이 바로 이곳이었으며 이 때 대륙 밖의 바다는 아틀랜틱(Atlantic Ocean) 즉, 대서양이라 불린 유래가 되었다.
어쨋거나 대서양 연안 도시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모로코. 지난해 2022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던 모로코. 그 많은 도시들 가운데 ‘신의 땅’이라는 뜻의 마라케시는 11세기부터 여러 왕조의 수도였다. 지금의 수도 라바트가 정치 중심지이고 카사블랑카가 경제 중심지라면 아틀라스 산맥이 병풍처럼 에워싼 마라케시는 문화 중심지다.
그런 마라케시 일대가 지진 피해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귀한 역사적 유적들이 흙더미 아래 묻히면서 신음하고 있다.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친 뒤 세상의 혼돈이 사라졌다고 하듯 부디 모로코가 지금의 혼돈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 만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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