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자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지붕이 있는 로즈먼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메디슨 카운티를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였다.
만난 첫순간부터 한눈에 잊지못할 운명을 직감하고 사랑에 빠져 든 그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을 나누지는 못했어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만은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허나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메디슨 카운티에 남는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르고 어느덧 프란체스카도 세상을 뜬다. 헌데 자신이 죽으면 가족무덤에 매장하지 말고 화장해서 로즈먼 다리에 뿌려달라는 말을 남긴다. 자녀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의 유언대로 한다. 그리고는 유품을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어머니가 숨겨온 일기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어머니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나흘간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 말미에 ‘평생동안 가족에게 충실했으니, 죽어서는 로버트를 택하겠다’는 유언이 있었다. 일기를 읽어 내려가며 어머니의 외도에 배신감을 느끼던 두 남매는 어머니의 진실된 사랑이 자신들 때문에 좌절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결국 그녀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남편이 먼저 죽은 후 로버트로부터 그녀 앞으로 배달되어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책 한권과 카메라, 그녀의 팔찌, 십자 목걸이 등도 있었는데 잡지 표지에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진과 함께 ‘Four Days – Remembering’ 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야기이다.
노란색 테두리가 있는 표지로 잘 알려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을 비롯한 33명의 과학자가 1888년 설립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로 출발했다.
해서 기사로만 가득했던 밋밋한 잡지가 10년 뒤 사진위주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은 상상만 했던 극지나 오지의 생생한 풍경을 잡지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후 우주, 과학, 역사, 동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종합 교양지로 변신해 ‘지구의 일기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수준 높은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현장에서 몇 개월을 보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작품에 묘사된 ‘샹그릴라’는 꿈의 낙원을 이르는 곳으로 영어사전에도 등재됐으며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사진에 담아 최초로 발표하는 등 많은 작가와 탐험가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잡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거다.
그 중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는 8살 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주도 해녀 기사를 처음 접하고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전복이나 문어 따위를 캐오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2007년 제주를 찾은 그는 후에 소설 ‘폭풍우’를 발표했는데 그 서두에 ‘제주 우도의 해녀들에게’라고 헌사했다. 지난 28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소유한 월트디즈니는 수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잡지 소속 기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135년 역사를 간직한 내셔널 지오그라픽은 한때 미국 내 구독자 수가 1,200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180만명으로까지 감소됐다. 디지털 미디어에 밀려 인쇄 매체의 쇠퇴라는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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