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은 법리적 차원에서 선뜻 납득하기 힘들어 법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이들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날, 법정 바깥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그 어떤 판결문보다 더 뚜렷한 불쾌감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법원에 도착하기 수십 분 전부터, 무려 60여명에 달하는 국회의원과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줄지어 서서 이 대표의 하차를 기다리며 손을 모으고 고개를 조아리는 풍경이었다.
그 모습은 정당의 모습이 아니라 조직폭력배들이 범죄단체 두목을 기다리는 장면과 다르지 않았다. 누가 봐도 권력 앞에 몸을 낮추는 일사불란하고 비굴한 복종의 자세였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는 민주주의의 광장이 아니라, 절대권력에 복종하는 봉건의 재연장이었다.
정치적 연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연대가 ‘복종’의 형식을 띠는 순간, 진보 정당이 자랑해 온 수평적 민주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린다. 권력자 한 명의 생환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자세가, 마치 국왕의 개선을 맞이하는 대신들처럼 비굴하고 일방적일 수 있는가.
그 손 모은 자세, 굽힌 허리, 도열된 행렬은 정치가 아니라 조폭을 넘어 종교에 가까웠다.
그것도 맹신과 추종으로 일그러진 사이비의 형상이었다.
진보 정치의 정당성은 ‘사람 중심’이라는 말 속에 있다. 그러나 그날 법원 앞은 ‘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재명 개인을 위해 대오를 갖춘 의원들, 그 한 몸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걸고 나서는 모습은 사실상 당 전체가 이재명의 사당화 체제에 편입됐음을 스스로 몸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이재명이 무죄를 받았을지 몰라도, 그날 진짜 부끄러움을 남긴 건 법정 안이 아니라 법정 밖이었다. 권력 앞에 줄지어 선 정치인들의 풍경은, 판결문보다 더 깊은 수치를 기록했다.
진보란 한 사람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사이비의 맹신이 아니라, 그 누구도 우상화하지 않는 진보의 이성적 태도이다.
진보는 사이비 우상신을 만들지 않는다. 민주당이 한 사람 앞에 제단을 차린 그날, 그 진보의 믿음은 조용히 무너졌다.
<김상목 대표기자>K-News LA 편집인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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