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장소에서의 풍경은 10년 전과 사뭇 다르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화면 속에 빨려 들어갈 듯한 모습, 이른바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 몰입의 대가는 혹독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뒷목의 뻐근함, 눈의 침침함, 그리고 손끝의 저림. 이것을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이라 부른다.
1. 화면이 만든 신종 전염병
VDT 증후군은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같은 영상 표시 단말기를 장시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눈의 피로, 근골격계 통증, 정신적 스트레스를 통칭한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머나 사무직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가 앓는 ‘국민 질환’이 되었다.
2. 10대부터 70대까지, “거북목은 이제 밈(Meme)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VDT 증후군 환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10대 환자의 증가율이다. 스마트폰 게임과 인터넷 강의에 노출된 청소년들 사이에서 거북목(일자목) 증후군 환자가 5년 새 30% 이상 늘었다. “거북목은 현대인의 상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SNS상에서 유행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3. 원인: 40도의 기울기, 목디스크로 가는 지름길
우리의 목은 약 5kg인 머리 무게를 지탱한다. 하지만 고개를 40도 정도 숙이면 목이 받는 하중은 무려 20kg 이상으로 치솟는다. 초등학생 아이 한 명을 목 위에 항상 태우고 다니는 셈이다. 여기에 구부정한 자세, 좁은 시야, 장시간의 부동자세가 더해지면 근육은 굳고 디스크는 비명을 지르게 된다.
4. 나도 혹시 VDT 증후군?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다음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VDT 증후군 초기 증상을 의심해보고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 [ ]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뻣뻣하고 회전이 잘 안 된다.
- [ ]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1시간 이상 사용하면 뒷목과 어깨가 결린다.
- [ ] 눈이 자주 건조하고 침침하며,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진다.
- [ ] 손목이 저리거나 손가락 끝이 무딘 느낌이 든다.
- [ ] 두통이 잦고 쉽게 피로해지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 [ ] 등이 굽어 보인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 [ ] 마우스나 스마트폰을 오래 쥐면 엄지손가락 쪽 통증이 느껴진다.
5. 치료와 예방: 약보다 강한 ’20-20-20’의 마법
이미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치료제는 역시 예방이다. 딱 세 가지만 제안한다.
- 20-20-20 법칙: 20분간 화면을 봤다면, 20피트(약 6m) 밖을, 20초 동안 바라본다. 긴장된 눈 근육과 목 근육을 푸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 시선은 높게, 어깨는 넓게: 모니터 상단과 눈높이를 맞추고, 스마트폰을 볼 때는 기기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품위 있는 자세‘가 당신의 척추를 살린다.
- 의도적인 ‘깜빡임‘: 화면에 집중하면 눈 깜빡임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 안구 건조를 막는다.
연결을 끊고 나를 연결하는 시간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정작 우리의 몸은 퇴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스마트폰 속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고, 빳빳하게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과 사랑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목과 눈이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쉴 것이다.

밸런스 앤 하모니 베버리 힐스 한의원장 제이슨 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