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 나라의 경제, 사회, 국경을 뛰어넘어 이웃 나라와의 관계 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뜻이 잘못 전달되거나 지도자가 개념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남용하면, 정치 세력과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분쟁의 도구로 사용된다.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당시 파시스트로 불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역시 자신의 반대 세력을 좌파 파시스트 집단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글로벌리즘, 글로벌리스트’라는 단어를 남용하며 글로벌리스트를 국익을 해치는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유’라는 단어를 35회나 외치고, ‘반지성주의’를 언급함으로써 많은 정치 비평가와 언론인들이 그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 해석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30년간 세계화를 연구한 해롤드 제임스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겪는 정치, 경제적 혼란 중 많은 부분은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단어들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교수는 책 ‘당신이 지금껏 오해한, 세상을 지배한 단어'(앤의서재)을 통해 개념들의 역사적, 언어학적 기원을 밝힌다.
또한 단어들이 세계사에서 어떤 족적을 남겼고, 어떻게 잘못 사용됐는지를 통찰함으로써 정치 언어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러한 통찰에서 출발해 개념들의 기원을 밝히고, 각 단어가 어떻게 서로 존중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에서 장애가 됐는지 규명한다. 지정학, 신자유주의, 테크노크라시, 글로벌리즘 등 최근에 등장한 사상에 동반되는 언어학적 오해도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