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먹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지난해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한인 에드워드 리(한국명 이균)의 요리 에세이 ‘버터밀크 그래피티’가 번역 출간됐다.
리가 2년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 음식, 음식 속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이 담긴 작품이다.
정체성과 전통, 기술을 계승하고 있는 ‘이름 없는 셰프’에게 주목하며 미국 요리를 뜻하는 ‘멜팅팟’ 레시피들을 직접 전수하기 위한 과정이 그려졌다.
각 챕터의 끝에는 이민자 요리에 자신의 노하우를 더한 약 40여 가지의 멜팅팟 레시피를 사진 없이 소개한다.
리는 사진이 없는 이유에 대해 “레시피를 따라 해본 독자들이 ‘내 요리가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각자 자신만의 요리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한다.
이 작품은 2019년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브루클린은 어디로 갔을까? 이 지역이 언제 리틀 오데사가 되었을까? 당연히 점진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최근까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그것이 바로 이민자들이 하는 일이 아닌가? (중략) 우리가 고국에서 봉인한 채로 들여온 문화는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가? 희석될 때까지, 모국의 전통이 뿌옇게 흐려져 흔적만 남을 때까지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가? 그렇게 잃는 것들은 어떻게 측정하는가?”(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