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순 시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독일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첫 수상이다.
HKW는 17일(현지시간) 올해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에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1988년 설립된 HKW는 문학을 비롯한 미술, 연극, 음악 등의 분야에서 비유럽 국가들의 예술을 소개하고 유럽과 비유럽국가 간의 문화 교류 증진을 주된 과제로 하는 기관이다.
국제문학상은 2009년에 처음으로 제정돼, 독일어로 번역된 국제 산문에 수여하는 상이다. 작가 뿐만 아니라 번역가에게 상을 수여한다. 이에 독일어로 옮긴 번역가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도 함께 후보에 올라 수상했다.
독일 및 유럽권에서 번역문학 분야에 특화된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 받는다. 2017년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독일어 번역본도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죽음의 자서전은 지난 2016년 국내에 출간됐다. 2015년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몸이 무너지며 쓰러지는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 세월호 등 사회적 비극에 대입한 총 49편의 시가 실렸다. 독일어 번역본은 지난 2월에 출간됐다.

앞서 시집은 영어로 번역돼 김혜순은 2019년 한국인 최초, 캐나다 문학상 ‘그리핀시문학상’을 받았다.
수상자는 상금 3만5000유로(한화 약 5600만원)를 받게 된다. 작가에게 2만 유로(한화 약 3200만원), 번역가에게 1만5000 유로(한화 약 2400만원)를 전달한다.
지난 5월 국제문학상 심사위원인 데니츠 우틀루는 최종후보작을 발표하면서 “김혜순의 시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 즉 죽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만들었다”며 평가했다.
이날 올해 최종후보에는 김혜순을 비롯해 튀르키예의 도안 아칸르, 캐나다의 세라 번스타인, 우크라이나의 안나 멜리코바, 프랑스의 네주 시노, 미국의 제스민 워드의 독일어 번역 작품 등이 함께 올랐다.
한편 김혜순은 이번 수상작인 ‘죽음의 자서전’을 포함한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를 지난달 출간했다.
김혜순의 ‘죽음 3부작’이라고 불리는 이번 수상작 ‘죽음의 자서전'(2016년)과 ‘날개 환상통'(2019년),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년)이 수록됐다. 또 미발표 산문인 ‘죽음의 엄마’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