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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왜곡된 남성성, 파시즘을 낳았다…’남성 판타지’ 50년 만에 번역

2026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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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판타지’ (사진=글항아리 제공)

50년 전 독일에서 출간돼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 ‘남성 판타지’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독일 학자 클라우스 테벨라이트는 이 책에서 파시즘의 기원을 정치나 이념이 아닌, 억압된 욕망과 왜곡된 남성성에서 찾는다.

‘남성 판타지’는 테벨라이트의 박사학위 논문 ‘자유군단 문학: 독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 1918~1923’을 확장한 작업이다. 1977년 출간 이후 전 세계에 소개되며 파시즘·나치즘 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아 왔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활동한 우익 민병대 ‘자유군단’ 소속 군인들의 자서전과 체험담, 관련 소설 등을 분석해 이들 내부에 자리잡은 폭력성과 남성성을 추적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억눌린 욕망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자연스럽게 풀리지 못한 욕망은 뒤틀리고, 여성은 욕망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위협적 존재로 인식된다.

이같은 이중적 감정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공포로 이어지고, 남성성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책은 “욕망의 자연스러운 격랑을 흐르지 못하도록 틀어막는 포괄적 금지”가 폭력의 출발점이었다고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은 강한 결속과 위계를 제공하는 군사 조직에 이끌린다. 불안정한 자아를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다.

저자는 “어째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치워버리고 없애버리지 않으면 못 배기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제거 강박이 특정 육체에서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육체를 지배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120쪽)”고 밝힌다.

억압된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지배와 파괴로 표출된다. 개인의 자아 형성은 타인을 제거하려는 충동으로 치환된다.

그는 “살인을 통해 자기 생식과 자기 보존을 이루려는 강박이 파시스트 운동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파시즘은 특정 시대의 정치 현상이 아니라, 왜곡된 남성성과 자아 형성의 실패가 만들어낸 ‘몸의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파시즘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가능성이라고 본다.

책은 폭력의 대안으로 ‘사랑의 삶’을 제시한다. 실질적 방법론은 ‘피부’다.

“인권이란 피부가 남에게 원치 않는 손대기를 당하지 않을 권리이자 서로에게 원하는 어루만짐을 받을 권리다.”(1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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