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이 된 여성 가수의 누드 사진을 특전으로 담은 추모 앨범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매된 가운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고액 되팔이까지 성행하고 있다.
23일 일본 산스포 등 외신에 따르면, 음반사 ‘뉴 센추리 레코드’는 2023년 별세한 야시로 아키(사망 당시 73세)의 추모 앨범 ‘잊지 말아줘’를 지난 21일 출시했다.
문제는 이 앨범에 그녀가 20대 시절 촬영한 누드 사진 2장이 특전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음반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야시로 아키가 24~25세 무렵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풀 누드 사진 2장이 수록돼 있다. 그의 첫 누드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야시로의 음악 등 권리를 승계한 ‘야시로 뮤직&갤러리’는 “앨범 발매 자체가 불쾌한 일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사진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통지서를 보냈지만, 음반사로부터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앨범은 예고대로 발매됐고, 이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되팔기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정가 3700엔(약 3만7000원)인 이 앨범은 현재 일부 온라인 거래에서 한 장에 1만5000엔(약 15만원), 두 장에 2만8000엔(약 28만원) 등에 판매되며, 22일 오후 3시 기준 60장 이상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변호사 하시모토 토오루는 T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시로 뮤직 측이 뉴 센추리 레코드를 무권리자로 판단해 경고장 등을 발송할 경우, 해당 앨범을 구매하거나 되판 이들 또한 저작권 침해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야시로의 고향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의 나카무라 히로오 시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스럽고,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현재 야시로의 소속사 및 변호사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행정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청원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야시로 아키의 존엄을 지키고 리벤지 포르노를 막자”는 제목의 캠페인이 올라와 현재까지 7만5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음반사는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홈페이지에 “언론과 항의 전화 폭주로 인해 통화 연결이 어렵다”며, 구매를 원할 경우 현금 등기 방식으로 주문 정보를 동봉해 보내달라는 공지만 게재했다.
야시로 아키는 1971년 데뷔한 일본의 대표적 엔카 가수로, ‘눈물 사랑’, ‘비의 모정’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생전에는 화가로도 활동하며 프랑스 르 살롱전에 5년 연속 입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