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청룡영화상이 택한 올해 최고의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였다. 배우 현빈과 손예진 부부가 남녀주연상을 받으며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어쩔수가없다’는 1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박찬욱), 여우주연상(손예진), 남우조연상(이성민), 음악상, 기술상, 촬영조명상 등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특히 현빈과 손예진은 청정원 인기상에 이어 남녀주연상 트로피를 나란히 차지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청룡영화상 역사상 부부 관계인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동반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것만으로 화제를 모은 부부는 2022년 결혼해 아들을 품었다.
‘하얼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현빈은 “감사하다. ‘하얼빈’을 하는 동안 영화 이상의 많은 걸 배우고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이런 자리에 지금 있을 수 있는 게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수많은 분들 덕분이다. 이 상에 대한 감사를 우선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생애 첫 청룡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 현빈은 “‘하얼빈’ 작품과 안중근에 대한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그때 당시를 살아가셨던 그 수많은 일들을 겪으셨던 그분들의 고통과 괴로움,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감히 헤아릴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 그걸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고사했다. 끝까지 저에게 힘을 주시고 해낼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제 손을 잡고 이끌어주신 우민호 감독님. 감독님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다. 감사하다”고 했다.
“그 힘든 여정을 함께한 동료 배우들, 각 파트의 훌륭한 멋진 스태프들과 함께해서 행복했고 영광이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현빈은 “존재만으로 저에게 너무 힘이 되는 와이프 예진 씨, 우리 아들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고, 손예진은 손하트로 화답했다.
‘어쩔수가없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손예진은 “너무 감사하다. 항상 후보에 오를 때마다 수상 소감을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준비를 못했다. 이거 제가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이 깜깜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27살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처음 수상했던 게 기억난다. 그때 제가 소감으로 ‘스물일곱 살의 여배우로 살아가는 게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상이 내게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마흔 중반이 넘어가기 전인데, 10년이 훌쩍 지나서 이렇게 저한테 상을 주셔서 청룡영화제에 감사하다. 제가 연기하며 꿈꾼 첫 꿈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었는데 그걸 이루게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17년 만의 두 번째 수상이다. 손예진은 “제가 7년 만에 영화를 했다. 박찬욱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너무 설레고 좋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미리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셔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이)병헌 선배님 연기를 옆에서 보며 너무 많은 자극이 됐고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다양한 감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 속에서 계속 발전하며 좋은 배우로 여러분께 계속 옆에 있는 멋진 배우가 되겠다. 제가 너무 사랑하는 두 남자 김태평(현빈 본명) 씨와 우리 아기 김우진과 이 상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가져갔다. 이 영화 홍보차 미국에 체류 중인 박찬욱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했다. 대리 수상에 나선 이성민은 “혹시 수상을 하게 되면 감독님께서 저보고 올라가서 수상 소감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셔서 제가 낭독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성민이 대독한 편지를 통해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소설을 처음 읽었던 20년 전부터 줄곧 품어온 꿈이 이루어진 결과다. 결국 이 이야기를 한국 영화로 만들 수 있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제가 상상한 그 이상을 해준 우리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과 저는 처음 볼 땐 단순하고 코믹하고, 되풀이 할 때마다 점점 복잡하고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청룡상 심사위원 여러분께서 이 점을 알아봐 주셨다고 믿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 상을 받겠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남우조연상은 ‘어쩔수가없다’의 이성민에게 돌아갔다. 이성민은 “정말 기대를 안 했다면은 진짜가 아니고, 설마 했다. 늘 와서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만 치다가 간다. 오늘 유독 박수를 많이 쳤다”고 말했다. “후보에 오르면 수상 소감을 준비해야 하나 마나를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못했다. 이게 (상을) 받을 수 없는 역할이었는데, 주셔서 감사하다. 구범모라는 캐릭터를 선물해 주신 박찬욱 감독 덕분이다”고 덧붙였다.
‘히든페이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박지현은 “상 받을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 작품으로 다른 데 후보에 올랐을 때는 조금 준비했는데, 오늘은 진짜 준비 안 했다. 오늘 상을 주시니 굉장히 떨린다. 미주 역할을 생각해 주고 저를 믿어 준 김대우 감독님, 미주로 봐주신 (조)여정 선배, (송)승헌 선배에게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제46회 청룡영화상은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지난해에 이어 진행을 맡았다. 지난해 10월11일부터 올해 10월7일까지 국내 극장 개봉 및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공개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총 18개 부문의 시상이 이뤄졌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수상작 및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 어쩔수가없다
▲남우주연상 = 현빈(하얼빈)
▲여우주연상 = 손예진(어쩔수가없다)
▲감독상 = 박찬욱(어쩔수가없다)
▲남우조연상 = 이성민(어쩔수가없다)
▲여우조연상 = 박지현(히든페이스)
▲신인남우상 = 안보현(악마가 이사왔다)
▲신인여우상 = 김도연(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신인감독상 = 김혜영(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각본상 = 김형주·윤종빈(승부)
▲음악상 = 조영욱(어쩔수가없다)
▲기술상 = 조상경(어쩔수가없다)
▲미술상 = 이나겸(전,란)
▲편집상 = 남나영(하이파이브)
▲청정원 인기스타상 = 박진영, 현빈, 손예진, 임윤아
▲청정원 단편영화상 = 김소연(로타리의 한철)
▲최다관객상 = 좀비딸
▲촬영조명상 = 홍경표·박정우(하얼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