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국민 아빠’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미국 코미디언 빌 코스비(88)가 50여 년 전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23일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LA 카운티 수피리어 배심원단은 코스비가 1972년 당시 레스토랑 직원이었던 도나 모트싱어를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총 5925만 달러(약 885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사흘간의 숙의 끝에 원고인 모트싱어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모트싱어가 겪은 고통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1925만 달러(약 287억 원)를 인정한 데 이어 4,0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가로 부과했다.
사건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스토랑 서버였던 모트싱어는 코스비로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쇼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코스비가 건넨 와인과 약을 먹고 의식을 잃었으며, 깨어났을 때는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자신의 집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모트싱어는 평결 직후 성명을 통해 “정의를 되찾기까지 54년이 걸렸다”며 “무엇보다 내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코스비가 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판결이 다른 여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스비는 지난해 증언 녹취에서 각종 의혹으로 10년 넘게 수입이 끊겼다며 재정난을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뉴욕 타운하우스를 2800만 달러에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비 측은 이번 평결 결과에 불복하며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50년이 넘은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주가 성범죄 피해자의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가능해졌다. 현재까지 코스비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은 50명 이상이다.
1980년대 인기 시트콤 ‘코스비 가족’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코스비는 지난 2018년 형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절차상의 이유로 판결이 뒤집히며 석방된 바 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으로 꼽혔던 그의 위상은 수십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폭로와 이번 배상 판결로 인해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