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하이브(HYBE)와 빅히트 뮤직을 향한 팬덤 ‘아미(ARMY)’의 시선이 차갑다.
논란의 화살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 니콜 김 부사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로 보지 않는다. 이는 아티스트의 정체성 수호와 글로벌 산업 자본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발생한 구조적 진통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으려다 ‘정체성의 장벽’
논란의 시발점은 방탄소년단의 최근 음악적 변화다. 2026년 발표된 앨범 <ARIRANG>*을 기점으로 영어 가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났고, 사운드 역시 북미 시장을 겨냥한 팝 스타일로 변모했다.
니콜 김은 지난 3월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고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영어 사용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팬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한다. “한국어 가사와 그 안에 담긴 독자적인 철학이 BTS의 본질인데, 이를 ‘대중성’이라는 명목하에 희생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팬들에게 니콜 김은 이 ‘탈(脫)한국화’ 전략을 최전선에서 실행하는 ‘시스템의 얼굴’로 인식되고 있다.
니콜 김의 달라진 위상과 불신
과거 니콜 김은 멤버들의 해외 일정마다 함께하며 원활한 소통을 돕는 ‘착한 통역 스태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하이브 내에서 V.P(부사장)급으로 승진하며 콘텐츠와 글로벌 전략 전반에 관여하게 되자 팬덤의 온도는 급변했다.
음악 제작 전공자가 아닌 ‘통역 및 의전’ 출신이 아티스트의 음악적 방향성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그룹’이라는 서사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전략적 변화가 아티스트의 의지보다 니콜 김을 필두로 한 경영진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불신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희생양 만들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녀를 향한 과도한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한 비판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팬들은 “그녀의 직함과 권한이 커진 만큼, 결과물에 대한 책임 또한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이 논란의 본질은 방탄소년단의 위치 설정에 있다. 팬덤은 BTS가 거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예외적 존재’로 남길 원하지만, 하이브는 이들을 철저히 시스템화된 ‘글로벌 팝 스타’로 안착시키려 한다.
니콜 김 논란은 이 거대한 두 가치관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발생한 파열음이다. 그녀가 사퇴하거나 보직을 변경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하이브가 아티스트의 고유한 서사를 어떻게 시스템과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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