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부품이 파손돼 신체 일부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면 보수 담당 업체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피해자가 신발을 빼기 위해 손을 넣은 것이 감안돼 업체의 책임은 80%로 한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2월7일 오전 한 건물 에스컬레이터에서 슬리퍼와 스타킹이 빨려 들어가는 ‘끼임’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스타킹을 먼저 빼냈고, 신발을 꺼내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절단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C사는 이 건물 개장 전에 파손 상태 등을 점검해야 했지만, 사고 당일 에스컬레이터 부품 일부가 파손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C사의 보험사인 B사를 상대로 97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변론 과정에서 A씨 측은 이번 사고로 2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영구 장해도 얻었다고 전했다.
김 판사는 보험금액의 한도 안에서 보험사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적법하며 C사에게 관리 소홀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B사의 책임액은 전체의 80%로 한정했다.
김 판사는 “C사 담당자는 건물 개장 전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했어야 하지만, 사고 당일은 점검 전에 이미 운행이 시작됐다. 파손이 발견됐다면 운행은 정지됐어야 했다”며 “이 사고는 점검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도 빨려 들어간 스타킹을 뺀 후 즉시 손을 뺏어야 하지만 신발까지 빼려다가 사고를 당했다. A씨의 잘못도 사고 발생과 확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B사가 70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