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페르시안걸프국제공항에서 66.7℃가 기록되며 기후 전문가들이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수준’의 폭염이 이란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란이 끔찍한 수준의 더위와 습도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8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내 물 부족 사태가 대부분 수십 년간 잘못된 물 관련 시설 관리에 의해 발생한 오랜 문제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그 상태가 심각해져 관련 시위를 촉발시키는 시민들의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고 봤다.
비교적 수도 관련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시골 지역부터 수도 테헤란까지 이란 각지에서 수돗물 관련해 불평하는 게시물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수도 테헤란에서도 도시 일부 수도꼭지에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물이 나오는 곳에서 캔에 물을 담아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수십 년간 이란 정부는 수십 개의 댐을 건설해 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이웃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의 강 흐름 제한 등을 비난하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이란 당국은 서방과의 적대적 관계와 이에 따른 각종 제재 속에서 식량과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농업을 장려하고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농업이 사용 가능한 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고 봤다.
카베 마다니 전 이란 환경부 부국장은 “이란 당국은 댐 건설을 통해 정치적 자원의 기반인 농업 부문의 불만을 달래려 노력해 왔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댐과 농업으로 인해 강, 호수 등에 저장된 지표수의 고갈보다 지표면 아래 지하수 매장량이 ‘파산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마다니는 “이란 당국은 물 부족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댐을 더 많이 건설해 물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간 물 부족 사태가 진행되며 댐 건설로 인해 사라진 호수와 습지, 지하수 수위는 마음만 먹는다면 복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WP는 이란이 지하수 고갈 등 물 부족 사태를 심화할 요인이 충분한 상황에서 쿠제스탄주와 같이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는 곳의 소외 계층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쿠제스탄의 경우 역사적으로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에서 소외된 수니파 무슬림들의 주요 거주지다.
쿠제스탄에서 온 한 여성은 WP에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단수를 겪었다”라며 “당국에 물을 요청하면 ‘물을 적게 사용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라고 현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