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동물 보호 단체가 황소의 뿔에 불을 붙이고 즐기는 축제의 영상을 촬영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동물 학대라고 비판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축제도 달라질 것을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의 동물보호단체 아니마나투랄리스(AnimaNaturalis)는 12일 스페인 소리아주 메디나셀리(Medinaceli)에서 벌어진 축제의 영상을 공개했다. 메디나셀리에선 매년 11월 ‘황소의 기쁨(Toro Jubilo)’이란 축제가 열린다. 수백년을 이어온 전통 있는 행사지만, 현대에 와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황소의 뿔에 불을 붙이고 사람들이 도망 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축제 방식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니마나투랄리스가 공개한 영상은 사람들이 황소를 끌어내 기둥에 묶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뿔 위에 공이 매달린 나무 구조물을 얹고 불을 붙였다. 머리에 불덩이를 달게 된 황소는 몸부림치며 뛰어다니고, 축제 참가자들은 황소를 피해 술래잡기를 벌였다. 비틀거리던 황소가 쓰러지자 꼬리를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우는 모습도 찍혔다. 구경꾼들의 환호와 박수, 휘파람 소리도 들렸다. 동시에 하늘에선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간신히 불이 꺼진 후 기진맥진해 거친 숨을 몰아쉬는 황소를 사람들이 다시 우리에 가두면서 영상은 끝났다.
📹🔴 Anoche @AnimaNaturalis y @CAS_Int fuimos testigos del sufrimiento del #ToroJubilo en Medinaceli 🇪🇸
Salió del corral con la cabeza torcida por el excesivo peso de la estructura sobre sus cuernos y estuvo más de 11 min inmovilizado contra el pilón.https://t.co/EK1UGS4rCv pic.twitter.com/SCRGpe91y5
— AnimaNaturalis (@AnimaNaturalis) November 12, 2023
아니마나투랄리스 측은 겉보기엔 큰 상처가 없어 보이지만, 이 축제가 황소에게 강한 고통을 준다고 지적했다. 불에 노출돼 시력과 감각이 무뎌지고, 사람들의 위협적인 움직임과 괴롭힘에 소음까지 더해져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단체 관계자는 “전통이 무고한 동물들의 고통을 유지하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축제에 동원된 황소는 48분의 행사를 치른 후 탈진했고, 결국 뇌출혈로 인해 숨지고 말았다. 국제 동물 보호 단체들은 스페인 당국에 이 축제를 불을 사용하지 않는 비폭력적인 형태로 바꾸도록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