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난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올겨울 혹독한 계절을 맞이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국, 주요 공업지대 전력 공급 제한…유럽도 전기요금 폭등
중국에선 지난달 말 시작된 석탄 공급 차질에 따른 전력 위기로 주요 지역 전력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중국 31개 성(省)·직할시·자치구 중 20곳에서 전력 제한·중단 조치가 시행 중으로, 대표 공업지대 중 한 곳인 랴오닝성 당국은 국경절 연휴(10월 1~7일)가 끝난 직후 전력 부족 주황색(3단계)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천연가스 수요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에서도 천연가스 수요와 공급량이 불일치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의 11월 선물은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거래소에서 장중 메가와트시(MWh)당 133유로(18만3400여원)에 거래돼 전일 대비 19%, 연초 대비 400% 폭등했다.
스페인 전기요금은 7일(현지시간) MWh당 288유로(약 40만원)를 기록하면서 하루 사이 26% 치솟았다.
영국에서도 전기요금이 치솟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내 유가는 1월 이후 250% 치솟았으며, 물가도 8월 한 달간 70% 상승했다. 에너지 요금 상한도 지난 1일부터 12%로 인상됐으며, 내년 봄 에너지 요금 상한이 400파운드(약 6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전 세계 공급망 비상…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전력난으로 중국 공업지대가 가동을 멈추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장쑤성 한 섬유공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전력이 완전 차단됐으며, 애플·테슬라 부품 업체인 이슨정밀공업도 문을 닫아야 했다.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강 생산라인 일부도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물가도 오르고 있다. 중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9.5%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도 0.3% 상승해 지난 6월부터 5%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4%로 13년 사이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인 516.84로 치솟았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는 최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에너지 구걸해야 할 판”…올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
전문가들은 에너지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경제비평가 빌 블레인은 최근 금융 뉴스레터를 통해 “이번 겨울, 전 세계는 혹독한 추위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레인은 “에너지 가격이 오를수록 사회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사회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난방과 식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영국은 가능한 모든 곳에 에너지를 구걸하며 무릎 꿇을 것이며, 유럽도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올겨울은 충격적일 것이다. 주의하라”고 예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지난 5일(현지시간) 유럽이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을 의존하는 상황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유럽의 왕으로 만들고 있다”며 “천연가스는 석탄 절반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전환 연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뿐 아니라 에너지 경색으로 중국 도자기, 철강, 알루미늄, 유리, 시멘트 공급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길고 춥고 미친 겨울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