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외신도 긴급 보도…”‘광주 학살자’ 사죄 없이 숨져”
세계 주요 외신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일제히 기사로 전했다. 외신들은 전 전 대통령의 12·12 쿠데타 주도,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의 군사독재 이력을 부각하며 그의 역사적 과오를 중점적으로 짚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전 전 대통령을 두고 “한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전직 군사 독재자였던 그는 1980년대 대부분을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철권으로 나라를 다스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쿠데타와 광주 민주화운동 학살 등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받고, 기업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군부독재와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그는 끝까지 역사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고 한국의 군 장성 출신 대통령 3명 중 마지막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전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룬 점 등 성과도 열거했지만 “대부분은 독재자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AP통신도 ‘한국의 전 독재자가 90세로 사망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규모 시위로 물러나기 전까지 정적들을 참혹하게 눌렀던 한국의 과거 독재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전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물 중 하나로 남아있다”며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군대를 동원해 진압한 ‘광주의 학살자(butcher)’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어 1995년 전 전 대통령과 그 후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 혐의 재판에 대해 소개하며 “2003년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고도 알렸다.
다만 “수년간의 권위주의 통치 후 통행금지령을 해제하고 해외여행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약간의 자유화를 허용했고, 대중의 압박 아래 역사상 최초의 직접선거제도 개헌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반대파를 탄압하다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의해 쫓겨났고,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을 군에 명령함으로써 ‘광주의 학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전씨가) 한국의 성장과 번영을 이끌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했으나 역사의 판결은 냉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냉전 막바지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맹국의 불안정을 두려워하던 미국은 전씨를 비호했고, 전씨는 이를 즐겼다”며 “이는 한국 진보세력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전씨가 한국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군사 독재 정권을 세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전두환 전 독재자, 향년 90세로 별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두환은 1979년 쿠데타로 집권한 후 8년 동안 정권을 잡았으며 악명 높은 1980년 광주 학생 학살을 주도했다”고 썼다.
이어 “그의 죽음은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88세의 나이로 사망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냉담하고 냉정한’ 전두환은 90년대 중반 재판에서 국가를 정치적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쿠데타가 필요했다고 항변했고,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전씨가 1980년 쿠데타로 실권을 잡고 경제개발을 배경으로 한 강권적인 개발 독재형 정치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 대부분은 전씨의 사망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펑파이 신문은 전씨가 재판받는 독재자의 삶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인터넷판 환구망과 환추왕은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이날 전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향년 90세로 숨졌다고 간략하게 보도했다. 중국 관영 영어뉴스 채널인 CGTN도 외신을 인용해 알렸다.
관련기사 전두환, 마지막 유언 남겼다, 무엇이길래.. 장례는 가족장
관련기사 사죄 한마디 없이 전두환씨 사망.애증 관계 노태우와 한달 간격
관련기사 전두환, 마지막 유언 남겼다, 무엇이길래.. 장례는 가족장
관련기사 정치사 유일 권력 휘두른 ‘빨간바지’ 영부인…자녀들도 각종 비리 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