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영토를 양보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3명 중 1명 꼴로 크게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23일(현지시각) 공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32%가 평화를 대가로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는데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여 전 약 10%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영토를 양도할 수 있다는 의견은 지난해 10월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5월까지 10%이하이던 것이 그해 10월 14%, 12월 19%로 오르더니 올해 2월엔 26%, 이번엔 32%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 과반(55%)은 절대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것도 80%대에서 점차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지역별로 영토 양도 찬성 의견에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중부 30%, 서부 31%, 동부 33%, 남부 36%로 조사됐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에 이어 2022년 침공 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강제 병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들이 이들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해 평화협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를 포기할 수 없으며 러시아군이 완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평화협상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빠르게 끝낼 것”이라고 공언했고 미국의 군사지원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우크라이나 측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5월16일~22일, 6월20일~25일 두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전 지역 18세 이상 성인남녀 3075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5월 ±4.1%포인트, 6월 ±5.0%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