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일부 중독 치료시설에서는 환자들이 시설을 떠나지 못하도록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고, 오히려 마약이나 술을 사용하도록 부추겨 추가 치료비를 청구한 혐의까지 제기됐다.
연방 법무부는 22일 LA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의료보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의사 등 의료인 6명을 포함한 총 15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8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허위 보험금 청구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민간 보험회사뿐 아니라 연방 메디케어와 캘리포니아주 메디캘 등 공공 의료보험 프로그램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에 적발된 사건에는 연방 법무부가 지금까지 기소한 중독 치료 관련 보험사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사건도 포함됐다.

LA에 거주하는 네이선 영(39)과 아버지 데이비드 영(71)은 수십 개의 중독 치료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민간 보험회사에 16억 달러가 넘는 치료비를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른바 ‘바디 브로커’로 불리는 환자 모집책을 동원해 전국의 노숙인과 빈곤층, 약물 중독자 등을 남가주로 끌어들였다.
무료 항공권과 호텔 숙박, 아파트, 현금, 자동차는 물론 마약과 처방약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환자들을 모집했다. 텍사스 주민 허니 핍스(42)와 코디 핍스(36)도 환자 모집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그러나 환자들이 실제로 도착한 뒤의 상황은 달랐다.
보험 보장액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고급 호텔과 아파트를 제공했지만, 보험 혜택이 적은 환자들은 비위생적이고 과밀한 숙소에 수용됐다. 일부 시설은 마약 거래나 투약 장소를 의미하는 ‘트랩하우스’로 불릴 정도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환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동원된 수법이다.
검찰은 영 부자가 치료시설을 떠나려는 환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잠들게 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가족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고, 물리적으로 퇴소를 막은 사례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보험금을 계속 받아내기 위해 환자들을 여러 치료시설로 반복해서 옮기기도 했다. 심지어 추가 해독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환자들에게 마약이나 술을 사용하도록 부추긴 혐의도 제기됐다.

실제 치료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100명이 넘는 환자가 참여하는 줌 화상 집단치료에서는 카메라만 켜놓으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됐으며, 환자들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보험회사에는 정상적인 치료비가 청구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불필요한 수술을 통해 메디케어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도 적발됐다.
애너하임의 의사 해럴드 타바이(78)와 타자나의 하니 말렉(61)은 LA 지역 클리닉 두 곳을 운영하면서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혈관 시술을 실시하고 메디케어에 약 1억3,400만 달러를 허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말렉이 의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환자들에게 동맥 질환이 있다고 진단하고, 타바이가 동맥 내부의 플라크를 제거하는 죽상반절제술을 시행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일부 환자는 실제 동맥 질환이 없었는데도 시술을 받았으며, 이전에 효과가 없었던 시술을 반복해서 받은 환자들도 있었다. 일부는 시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불편을 겪었다.
수사 당국은 타바이의 혈관 시술 청구 건수가 전국적으로 이례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하면서 사기 혐의를 포착했다.
말기 환자가 아닌 노인들을 호스피스 환자로 허위 등록해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도 잇따라 드러났다.
검찰은 관련 사건 3건에서 1억3,800만 달러 이상의 허위 메디케어 청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LA 주민 제프리 히메네스(60)는 지역 커뮤니티센터를 방문해 노인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접근한 뒤, 이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호스피스 환자로 등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노인은 메디케어나 주치의의 연락을 받고서야 자신이 말기 환자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히메네스가 운영한 호스피스 업체 한 곳에서만 약 980만 달러가 청구됐으며, 그가 추가로 실질적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12개 이상의 업체에서도 1억700만 달러가 넘는 청구가 이뤄졌다.
토랜스의 의사 리처드 키치(83)는 말기 질환이 없는 환자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1,000만 달러 이상의 부당 청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밴나이스 주민 아르마니 라피(59)도 셔먼옥스 지역 호스피스 업체 4곳을 이용해 약 2,100만 달러를 허위 청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일부 환자들이 본인도 모르게 호스피스에 등록되는 바람에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남가주 의사 2명이 불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승인하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LA의 하산 바데이(48)와 헌팅턴비치의 로비 아유브(52)는 검사기관 영업 담당자가 메디케어 가입자의 DNA 샘플을 확보하도록 허용하고, 유전자 검사 처방에 서명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휘티어의 크리스티나 마레이크(61)는 약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메디캘 처방약 사기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처방약 사전 승인 요건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허위 청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뉴포트비치의 토머스 스티븐 믈라디니치(38)는 약물 중독 환자들을 치료시설에 소개하는 대가로 15만~25만 달러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월넛의 의사 왕더쥔(62)은 오젬픽과 마운자로 등 처방약 샘플을 샌가브리엘밸리 지역 약국에 불법 판매한 혐의로 별도 기소됐다.
이번 대규모 수사에는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 연방 보건복지부 감찰국 등이 참여했다.
빌 에세일리 연방검찰 수석 부검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서약한 의료인들이 탐욕과 범죄에 빠지는 것은 특히 심각한 일”이라며 “의료보험 체계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줄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방 당국은 의료인과 치료시설 운영자, 환자 모집책 등이 조직적으로 결탁해 취약계층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혐의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이번에 기소된 피고인들의 혐의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이들은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