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꿋꿋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한인타운 치킨집, ‘꼴통치킨’이 미 주류 식당전문매체 Eater LA의 주목을 받았다. EaterLA는 최근 꼴통치킨과 사장 정길재씨를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보도했다.
웨스턴과 4가 몰 내 비디오 스토어와 미용실 사이에 작게 자리한 꼴통 치킨. 가게의 이름만 써있는 단순한 간판에 얼핏 보면 치킨 집인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인 작은 가게다.
하지만 꼴통 치킨 만의 고유한 치킨 맛과 사장이자 유일한 직원인 정길재 씨의 배경은 이 가게를 점점 더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

정 씨는 치킨 요리부터 패키지, 손님 맞이까지 가게 안에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한다. 가게 안에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들이 눈에 띠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영화들의 감독은 다름 아닌 정길재 씨다.
한국에서 일명 ‘꼴통 감독’으로 불리던 정길재 씨는 지난 1990년대 초반 LA에 노래방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고 이를 투자해 한국에서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는 국제적으로 클래식 컬트 영화 붐이 일던 ‘뉴 웨이브’가 한국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무렵이었다. 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아는 바는 없었지만 대중에게 삶과 인간성에 대해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고 감독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꼴통 감독’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정 감독은 ‘꼴통’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계속해서 그 별명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정 감독의 첫 두편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귀신에 사로잡혀 괴기스러운 살인을 연쇄적으로 저지르는 여인의 이야기인 ‘헤라 퍼플’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암흑기가 찾아왔고 한강에 서서 자살을 생각하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어떻게 치킨을 튀기는 지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쉬워보여서 따라해보기로 했고, 이번에는 영화 대신 맛있는 치킨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이에 따라 ’헤라 퍼플’로 거둬들인 약간의 수익을 더해 친인척들과 손을 잡고 치킨 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과 비즈니스에서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LA로 이주해 자신만의 치킨 가게를 열었다. 2000년대 부터 시작된 교촌과 본촌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의 LA진출 등으로 수차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정 씨만의 새로운 레시피와 양념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결국 지하에서 몰 내 가게로 입점까지 하게 됐다.
사는 곳은 한인타운이 아니지만 정 씨는 한인타운을 ‘고향’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1970년, 80년 대 미국으로 이주해와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커뮤니티를 이뤄온 한국 사람들에게 정감을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는 것.
꼴통 치킨 또한 예전 자신의 영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무조건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려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꾸준함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67세가 된 정길재 씨는 꼴통 치킨을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샌드위치 등으로 확장시켜 나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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